"조사 받다가 비행기 놓쳐요" 당당히 떠나는 불법체류자들
[편집자주] 외국인 노동자는 일선 산업현장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과 건설업, 중소기업 등에선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려도 존재한다. 불법체류자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것. 코로나19(COVID-19) 여파와 법무부의 재입국 허용 등 파격적 혜택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신고가 급증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 현황 및 관리대책을 짚어봤다.
“출국 전 경찰 수배·범죄 전력 여부를 다 조사받으면 비행기는 언제 탑니까. 빨리 출국하게 해주세요.”, “직항편 있는 날이 적으니 꼭 이날 출국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으로 중국 국적자를 중심으로 한 불법체류자들이 몰려와 “내가 원하는 출국일을 맞춰 달라”며 이 같은 민원을 제기한다.
지난 10일 방문한 청사 2층 자진출국 신고접수 창구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쓴 불법체류자들로 붐볐다. 청사 직원은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나 2003년 한시적으로 시행된 불법체류 합법화 조치 때처럼 대량 출국하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엔 제주도 중국총영사관 앞에 중국인 불법체류자 2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중국행 항공편을 다시 운항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대구에선 딸과 함께 거주하면서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은 70대 중국 국적 교포가 귀국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한국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오히려 ‘중국이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3월 2일은 코로나 확진환자 규모가 전날보다 599명이나 늘어난 4335명을 기록한 시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 사태가 심상찮게 흘러간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불법 체류자들도 자진 출국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불법 체류자들의 주된 일터인 건설·요식업 경기도 불안해져 일감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편이 축소되자 “무조건 빨리 가는 것보다 직항 항공편 등이 있는 날에 딱 맞춰 출국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여유 있는 불법체류자들도 나온다.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혜택 물꼬를 터주자 나타난 현상이다.
떠나려고 해도 비행편이 없는 불법체류자들도 있다. 항공 노선운항이 중단된 몽골 출신 불법 체류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비행기표가 없어 귀국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청사 관계자는 “6월까지 자진신고에 따른 혜택이 커 출국이 많을 것”이라며 “온라인 신고 제도인 ‘하이코리아’도 이날부터 실시돼 현장 민원 소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 이탈과 관련, “지금처럼 경제 활동이 줄고 필요 노동력도 줄어든 상태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력 재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곳들에선 일시적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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