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학생에게 교사가 한 얘기가 고작 '다 추억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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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전부터 학교가 학생 간 성추행 사실을 쉬쉬하고, 교사들도 여학생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 간 성추행은 있었던 것은 인정하고 학생들이 보기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담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교사와의 신체접촉은 교육에 필요한 (일반적인) 접촉이었고, 학부모 등이 포함된 조사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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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간 성추행 쉬쉬..교사들도 과도한 신체접촉" 주장
학교 측 "상담 지원 등 조치 다 했다..교사 성추행은 아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전부터 학교가 학생 간 성추행 사실을 쉬쉬하고, 교사들도 여학생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부산 A 대안학교 졸업생 10여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치유연대를 만들어 학교 측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대안학교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개교한 이 학교는 기존 제도권 교육 방식을 벗어나 도보여행, 해외 배낭여행,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 참여로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비인가 대안학교다.
치유연대에 참가한 졸업생들은 "학교 측이 수업으로 진행된 유럽 여행에서 학생을 남녀 구분 없이 취침시켰다"며 "잠을 자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 대응은 일반 학교와 달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린 학생과 가해 학생이 완전히 분리되기는커녕 교사들이 오히려 피해 학생에게 '다 추억이 될 것이다', '청소년기 남자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이 사건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 말라'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성추행,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교사는 새벽 3시까지 여학생에게 '데이트 언제 해?'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교사들이 여학생을 껴안거나 무릎 위에 앉히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강조했다.
한 졸업생은 "대부분 남자 선생님들이 신체접촉을 해 거부감이 들었지만,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피해 사실을 쉽게 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성추행 관련) 사실을 교사와 일부 학부모에게 알렸지만,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 기억은 잊히지 않았고 후배 재학생도 비슷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2017년 학교에 편지를 쓰기도 했다"며 "하지만 학교 측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졸업생들과 연락했던 재학생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학생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한 졸업생은 "제도권에 적응하지 못한 친구들을 품어줘야 하는 대안학교가 오히려 일반 학교보다 인권을 무시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학교 자율에 맡긴다면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학교 측 사과, 교사 등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 간 성추행은 있었던 것은 인정하고 학생들이 보기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담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교사와의 신체접촉은 교육에 필요한 (일반적인) 접촉이었고, 학부모 등이 포함된 조사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남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도 여행 중 학생 간 성폭력을 학교가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대안학교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란 이유로 교육 당국과 지자체 제재를 받지 않는다.
부산 성폭력 상담소 등 30여개 여성 단체는 이 사건과 관련 성명을 내고 "대안학교가 입시 위주 제도권 교육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학생 인권 침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시와 교육 당국은 비인가 대안학교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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