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학생에게 교사가 한 얘기가 고작 '다 추억이 될 것'

손형주 2020. 3.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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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전부터 학교가 학생 간 성추행 사실을 쉬쉬하고, 교사들도 여학생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 간 성추행은 있었던 것은 인정하고 학생들이 보기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담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교사와의 신체접촉은 교육에 필요한 (일반적인) 접촉이었고, 학부모 등이 포함된 조사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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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 대안학교 졸업생들 주장..치유연대 구성해 학교 상대 법적 대응 예고
"학생 간 성추행 쉬쉬..교사들도 과도한 신체접촉" 주장
학교 측 "상담 지원 등 조치 다 했다..교사 성추행은 아냐"
부산 A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부산성폭력상담소와 상담을 하고 있다.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전부터 학교가 학생 간 성추행 사실을 쉬쉬하고, 교사들도 여학생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부산 A 대안학교 졸업생 10여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치유연대를 만들어 학교 측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대안학교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개교한 이 학교는 기존 제도권 교육 방식을 벗어나 도보여행, 해외 배낭여행,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 참여로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비인가 대안학교다.

A 대안학교 수업 모습. 이 학교는 도보여행, 해외 배낭여행 등이 주 프로그램이다. [치유연대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치유연대에 참가한 졸업생들은 "학교 측이 수업으로 진행된 유럽 여행에서 학생을 남녀 구분 없이 취침시켰다"며 "잠을 자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 대응은 일반 학교와 달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린 학생과 가해 학생이 완전히 분리되기는커녕 교사들이 오히려 피해 학생에게 '다 추억이 될 것이다', '청소년기 남자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이 사건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 말라'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성추행,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교사는 새벽 3시까지 여학생에게 '데이트 언제 해?'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교사들이 여학생을 껴안거나 무릎 위에 앉히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강조했다.

새벽 페이스북 메신저로 학생에게 연락한 선생님 [A 치유연대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졸업생은 "대부분 남자 선생님들이 신체접촉을 해 거부감이 들었지만,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피해 사실을 쉽게 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성추행 관련) 사실을 교사와 일부 학부모에게 알렸지만,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 기억은 잊히지 않았고 후배 재학생도 비슷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2017년 학교에 편지를 쓰기도 했다"며 "하지만 학교 측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졸업생들과 연락했던 재학생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학생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한 졸업생은 "제도권에 적응하지 못한 친구들을 품어줘야 하는 대안학교가 오히려 일반 학교보다 인권을 무시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학교 자율에 맡긴다면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학교 측 사과, 교사 등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 간 성추행은 있었던 것은 인정하고 학생들이 보기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담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교사와의 신체접촉은 교육에 필요한 (일반적인) 접촉이었고, 학부모 등이 포함된 조사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남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도 여행 중 학생 간 성폭력을 학교가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대안학교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란 이유로 교육 당국과 지자체 제재를 받지 않는다.

부산 성폭력 상담소 등 30여개 여성 단체는 이 사건과 관련 성명을 내고 "대안학교가 입시 위주 제도권 교육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학생 인권 침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시와 교육 당국은 비인가 대안학교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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