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뮤지컬 뮤직비디오 한 편, 열 홍보영상 안 부럽네

남지은 2020. 3. 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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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연계 뮤비 바람】
'스웨이그에이지' '마리퀴리' '레베카'
공연 개막 전 대표 넘버 미리 들려줘
'B급 감성' '애니메이션' 등 콘셉트도 다양
작품마다 각자의 색깔 담으며 진화

2010년께 대형뮤지컬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중소형 제작사도 적극적으로 제작
SNS 활발해지며 홍보 창구 넓어져
뮤비 시청자, 공연의 새 관객으로 유입

“뜨거운 오늘 밤~ 불타는 국봉관~ 내가 누구?(진이! ) 자 국봉관 소리 질러!(예~~~~~♬)”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한 여성의 선창에 수많은 남녀가 장단을 맞춘다. 국악을 접목한 음악에 맞춰 이어지는 노래가 흥겹다. “고단한 하루 일에 지쳐버린 사람들~♬” 유튜브에서 ‘놀아보세’를 검색하면 나오는 뮤직비디오다. 신인 가수의 새 노래인가?

‘놀아보세’는 지난달 14일 개막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속 대표 노래(넘버)다.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에서 백성들이 비밀스럽게 모여 한바탕 신명 나게 시조를 즐긴다. 그 모습을 2020년 현재로 옮겨놓은 듯한 콘셉트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이다. <스웨그에이지>의 제작사 피엘(PL)엔터테인먼트 쪽은 “작품이 가진 ‘흥’을 담아내고 무대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배우들의 매력도 알리고 싶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뮤지컬 뮤직비디오’가 공연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로 떠오르고 있다. 뮤지컬 속 노래를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작업은 2010년 <모차르트>를 비롯해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엔 중소극장 작품도 적극적으로 뮤직비디오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일 개막한 <어나더어스>(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도 오는 15일까지 단 2주간 공연하는데, 개막에 앞서 ‘별들처럼’과 ‘라메스’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3월2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에서 시작하는 <마리 퀴리> 역시 ‘라듐 파라다이스’의 뮤직비디오를 5일 공개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놀아보세’ 뮤직비디오. 피엘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뮤직비디오는 홍보와 팬서비스를 위해 제작된다. 피엘 쪽은 “보통 공연 정보를 주려고 포스터나 콘셉트 사진을 사전에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높이는데, 재연을 하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다가 뮤직비디오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신이여’의 독일어·한국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레베카> 제작사 이엠케이(EMK)뮤지컬 컴퍼니도 “관객이 공연장을 오기 전에 뮤직비디오로 대표곡을 들려주면서 작품의 분위기 등을 알리며 시선을 끄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영상 등 자료가 제한적이라 초창기에는 배우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장면을 앞세웠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2013년 지저스 역을 맡은 배우들이 대표곡 ‘겟세마네’를 부르는 뮤직비디오를 각각 따로 만들어 화제를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1일 개막한 <드라큘라>(샤롯데씨어터) <엑스칼리버>(2019년) 등 아이돌 출신인 김준수가 출연하는 작품은 그를 앞세운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독특한 콘셉트가 화제가 된 <난쟁이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영상 갈무리

뮤지컬 뮤직비디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엔 독특한 색깔을 담은 작품도 등장했다. <스웨그에이지>처럼 카페 하나를 빌려 작업하는가 하면, <그날들>(2016년)은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2018년)는 김지훈 영화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다. <난쟁이들>(2015년)들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비(B)급’ 감성을 담은 콘셉트가 화제를 모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의 경우 지난해 5월, 전세계 누적 관객수 1억명을 돌파하면서 당시 공연을 올렸던 각 나라 명소를 소개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제작사인 쇼노트 쪽은 “뮤지컬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품성을 강조하고 싶었고, 김지훈 감독을 통한 홍보 효과가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지훈 영화감독이 연출한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영상 갈무리

뮤지컬 뮤직비디오가 다양해진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가 활발해진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10여년 전부터 뮤지컬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이엠케이 쪽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다양한 이들에게 손쉽게 공연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며 “배우들의 공연 안내책 설명, 10초 홍보 등 온라인 홍보를 위한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뮤지컬 뮤직비디오도 그중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라이온 킹>의 공연을 주관한 클립서비스 쪽은 “과거와는 달리 뮤지컬 넘버의 음원 공개가 활발해지면서 뮤직비디오 작업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클릭만 하면 노래와 영상을 듣고 볼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최근 방송에 자주 출연한 마이클 리를 검색하던 이들이 유튜브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터 슈퍼스타>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공연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식이다. <난쟁이들>처럼 독특한 뮤직비디오가 입소문을 타면서 재공연 여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엠케이 쪽은 “잘 만든 뮤직비디오가 그간 공연의 주관객이 아니었던 사람들까지 유인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재미있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한 고민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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