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에 찌면 1회용 마스크 재사용 가능" 충북대 약대 교수 해외학술논문 분석해 손쉬운 재사용법 공개

김기범 기자 2020. 3. 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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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찜통에 찌는 방법으로 1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에 해외에서 1회용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연구한 학술논문 내용들을 분석한 내용으로 시민들의 마스크 사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대 약대 박일영 교수는 지난 10일 과학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등에 올린 ‘코로나-19 방어용 마스크를 안전하게 재사용하기 위한 살균방법에 관한 고찰’이라는 글에서 찜통에 마스크를 찌면 미세입자 차단능력에는 변화가 없이 살균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미국에도 일회용 마스크의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 산업안전보건원(NIOSH), 국방부 등의 지원으로 미국 연구자들이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위한 살균처리 방법을 찾고자 수행한 연구들이 있다”며 “그중 몇 가지 연구들과 그 결과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나라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을 마스크 재사용을 위한 소독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글의 취지를 소개했다.

충북대 약대 박일영 교수. 충북대 제공.

박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이나 유럽 쪽의 문화는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에 친숙하지 않으며, 의료진이나 환자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HO의 권고는 일반인이 아닌,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또는 이들을 접촉해야 하는, 감염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마스크 사용에 해당하는 권고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여러 가지 재사용에 관한 아이디어가 인터넷에 등장했다”며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고려할 때 해결되어야 하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마스크 재사용을 위해서는 “사용한 마스크에 혹시 부착되어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살균하는 것”과 “재사용 처리한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참고문헌들을 분석한 결과 일회용 마스크를 100도 가까이 뜨거운 찜기에 20분 정도 쪄낸 후 빨래를 말리듯 말리면 2~3회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살균을 하려면 자외선 살균기가 필요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이런 장비를 갖출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박 교수는 “수증기 저온 살균에 대해 실험한 미국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섭씨 60도, 80%의 습도 공간에 마스크를 30분간 처리 후 건조하는 과정을 3회 반복한 후에,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처리하지 않은 마스크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또 섭씨 65도의 물탱크 위의 포화 수증기 공간에 마스크를 20분간 처리한 결과, 마스크에 부착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살균되었으며, 미세입자 차단능력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찜통을 이용한 수증기 살균을 생각해 보았다”며 “60도에서 30분이면 변성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은 섭씨 100도의 찜통의 수증기로는 20분이면 충분히 변성되어, 감염력을 잃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자가 간단히 테스트한 KF80 마스크와 두 종류의 수술용 마스크들은 100도의 수증기에 20분간 노출하였을 때 아무런 외적 변형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 결과와 위의 연구자들의 결과를 참고할 때 섭씨 100도의 찜통의 수증기로 약 20분간 살균하고 자연 건조시키는 경우에도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효율은 그다지 손상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박 교수는 제조회사에 따라서 100도의 온도에 변형되는 재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마스크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가정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를 한 장만 먼저 찜통이나 깊은 냄비로 테스트 해보기를 권장했다. 또 찜통이나 깊은 냄비의 수증기로 살균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혹시 마스크에 묻어 있을 바이러스에의 노출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사용한 마스크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물이 끓고 있는 찜통 안의 망 위에 그냥 던져 넣었다가 뚜껑을 덮고 20분 후에 불을 끄고 꺼내어 털고 자연건조 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찜기에서 찌는 동안 마스크에 수분이 흡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KF 방역마스크의 규격 기준도 섭씨 38도의 온도와 85%의 상대습도에서 24시간 방치한 후에도 미세입자 차단능력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마스크를 가열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의 원인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살균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열에 대한 저항성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단백질의 상동성으로 추론할 때 SARS 바이러스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인터넷에 퍼져있는 기존 마스크 살균법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에탄올 소독법에 대해서는 “70% 소독용 에탄올은 소독효과는 있겠지만 30%에 해당하는 물이 알코올의 도움으로 정전필터에 젖어 들어가기 때문에 정전필터의 기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손 소독제에 대해서는 “에탄올과 물 이외에 글리세린이나 다른 점착성 물질이 섞여 있어서 이들은 증발하지 않고 남아있어 자칫 다른 세균들의 영양원이 될 수도 있어서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팀 다리미를 이용한 살균법에 대해서는 “몇 초간의 스팀 노출에 바이러스가 모두 살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바이러스가 채 살아있는 채로 스팀의 압력에 잘못 비산할 수 있는 위험도 있어 권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강한 햇빛의 직사 자외선은 살균 능력이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햇빛이 그리 강하지 않은 시기”라며 “베란다의 유리창은 자외선을 상당량 차단하므로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햇빛에 의해서는 안심할 정도로 살균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또 방역용 마스크 이외의 마스크도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역 마스크는 “질병과의 전투에서 최전방에 서있는 의료인들과 행정 인력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며 “예방 목적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방역 마스크가 아니라도 충분히 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마스크 뿐 아니라 수술용 마스크나 치과용 마스크도, 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거나 나가는 바이러스를 다량 포함한 비말은 모두 다 거를 수 있으며, 에어로졸도 상당량 차단할 수 있으며 면 마스크도 적어도 비말은 거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득이하게 마스크를 재사용해야할 경우를 위해 쓴 글임을 밝혔다. 그는 “이 글의 목적이 새 마스크가 여유롭게 있는데도 마스크를 재사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스크를 재사용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우리 가정에서 쉽게 해오던 ‘찜’과 똑같은 방식으로 찜통에 마스크를 20분간 소독한다면 살균이 가능하고,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능력도 크게 손상되지 않을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의 원문은 충북대 약대 홈페이지(https://pharm.chungbuk.ac.kr/app/index.html?mod=view&pg_idx=21&pidx=2905&page=1), 브릭 게시판(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isori&id=107532&Page&FindIt&FindText&fbclid=IwAR0hckbYAS7KNRlr5ETenjP4CLHF-EWzfa_0V-21m6pN8PyZKcXMhhRM7Rk) 등에서 볼 수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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