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예정대로라던 아베, 물밑에선 1년 연기안 검토 중"
'여름 개최'선호 美, 내년 9월이 임기인 아베
중계권 수입이 급한 IOC 입장 모두 고려돼
팬데믹 선언에 올림픽 정상 개최 빨간불
대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도 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정부 내에서 '미국과의 의견 조율을 통한 1년 연기'방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예정대로 개최가 어려울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밀한) 관계를 살려 미국에도 나쁘지 않은 1년 연기 안을 공동 제안하는 방안이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에서도 "2021년 같은 시기(7월 말~8월 초)로 연기하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가을 이후로의 연기나 2년 연기가 아닌 왜 1년 연기일까.
2013년 IOC와 도쿄도·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체결한 개최도시 계약에는 개최 연기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다.
"2020년 중에 개최되지 못할 경우 IOC가 개최 취소를 판단할 수 있다"는 규정만이 있다.
이 규정 때문에 '개최도시 계약은 2020년 내 개최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2020년 중이라면 연기가 가능하다’게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즉 1년 연장의 경우 IOC와 도쿄도가 체결한 계약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일본 정부 내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엔 올림픽 중계권료의 ‘큰 손’인 미국 내 사정, 중계권 수입에 대한 IOC의 입장, 아베 총리의 임기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올가을로 올림픽이 연기되면 미국프로풋볼(NFL) 등 미국의 인기 스포츠 이벤트와 겹치게 된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때의 IOC 수입 51억 달러 중 방영권 수입이 약 70%였는데, 미국의 인기 스포츠와 경합하면 그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할 미국의 방송사들이 올림픽에서 등을 돌리는 상황을 IOC가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가 2021년 9월까지라는 점은 일본의 입장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올림픽 성공 개최를 동력으로 올 8월 이후 임기만료까지의 기간 중 적당한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해 국정의 구심력을 틀어쥔다. 이후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한 채 선호하는 후계자에게 총리 자리를 넘긴다'는 게 아베 총리가 그리는 임기 말 시나리오였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아베 총리의 임기 내에 올림픽을 치를 필요가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1년 연기 방안, 그것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 미국과 일본이 이를 공동으로 제안하는 방안이 일본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내에선 다카하시 하루유키(高橋治之)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 집행위원(이사)이 10일 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게 되면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며 연기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원장이 11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단계에서 방향이나 계획을 바꾸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일본 내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내각관방의 올림픽 담당자는 닛케이에 "(세계적 대유행이 되면) 해외에서 선수들이 일본에 올 수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12일 기자들에게서 관련 질문을 받고 "팬데믹 선언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우선은 '취소'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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