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억명 학교 못가는데..대만은 '휴교령' 없는 이유

정다슬 2020. 3.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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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12만명 넘는데 대만은 48명 그쳐
최초 확진자, 우한發 비행기 검역서 발견한 대만 여성
"초기대응 실패시 확진자 5000명으로 늘어났을 것"
△3일 대만 타이페이 신디안 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하교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에서 4억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고 있지만 대만만은 드물게 휴교없이 정상 등교하고 있다.

존슨 홉킨스대가 취합한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에 따르면 대만의 확진자 수는 12일 기준 48명이다. 사망자는 1명이다. 제이슨 왕 스탠포드대 예방의료연구센터 교수는 미국 의학 잡지 JAMA에 기고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신속하고 엄격한 대응에 힘입어 중국 인접국가임에도 대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문과 왕 교수가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만의 방역 성공 비결을 짚어봤다.

①우한 “원인불명 전염병” 발표하자마자 검역 실시

대만은 중국 우한시 당국이 2019년 12월 31일 원인 불명의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인정하자마자 우한시에서 들어오는 직항 비행기 승객을 대상으로 검역을 실시했다. 검역관이 우한에서 오는 모든 비행기의 기내에 들어가 전 승객의 건강상태를 체크한 뒤, 발열이나 기관지염 등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1월 21일 대만에서 발견된 첫번째 코로나19 환자 역시 이러한 검역망에서 포착한 대만인 여성이었다. 대만당국은 즉시 이 여성을 격리하고 밀접접촉자 46명에 대해서도 바이러스 검사를 2차례 실시했다. 1월 23일까지 약 3주간 이뤄진 검역은 38편 4625명이었다.

왕 교수는 “대만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에서의 비극을 교훈으로 삼아 경계를 늦추지 않고 긴급상황 발생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2002~2003년 대만에서는 사스로 37명이 사망했다. 이에 2004년에는 미국질병센터(CDC) 모델을 참고로해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위생센터’(NHCC)를 설치했다.

1월 11일에는 대만의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총통선거(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가 있었지만, NHCC가 지휘권을 쥐고 초동대응에 나섰다. 1월 26일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 수속을 강화하고 2월 6일에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실시했다.

②컨트롤타워로 정보 일원화…투명공개로 신뢰 확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으로 정부 대책에 대한 신뢰를 높인 것 역시 주요 요인이었다.

왕 교수는 “방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정부 조치에 저항하거나 외면하는 사례가 벌어지기도 한다.

대만은 위생복지부를 중심으로 외교부, 교육부, 경제산업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중앙전염병통제센터(CECC)를 구성해 정부의 입장을 조율했다.

여기서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천스중 위생복지부 부장(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해 코로나19와 관련돼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또 라인(LINE)에 계정을 만들어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발표 자료를 업데이트했다.

2020년 1월 5일 이후에는 전문가들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상황의 변화에 따른 행동계획을 만들고 즉각적으로 실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2월 24일까지 만들어진 행동계획은 124개. 이 중에는 해외 체류 이력을 건강보험증을 통해 확인하도록 해 병원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왕 교수는 “방역은 단시간 내 결단해야 하는 만큼 정부도 잘못된 선택을 할 때가 있다”며 “허점이 나오면 즉시 방침을 수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③마스크실명제 도입…편의성 개선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한 대만 정부의 대처도 돋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커지자 대만에서도 마스크를 둘러싸고 가격 폭등, 매점매석, 도난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대만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마스크 전량을 정부가 사들인 뒤 정부가 지정한 약 6000개 약국에서 판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를 일주일에 성인 2개, 어린이 4장으로 제한했다. 건강보험증 ID 번호를 통해 중복구매를 방지했다. 우리나라가 이번 주부터 실시한 마스크 5부제의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약국의 마스크 재고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시민들이 헛걸음이 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 사이 마스크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3월부터는 일주일에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는 성인 3개, 어린이 5개로 늘었다. 시스템도 개선돼 지금까지는 직접 마스크 구매자가 약국을 방문해야 했으나 12일부터는 홈페이지나 앱에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후 마스크 예약을 한 뒤, 근처 편의점·마트 등에서 수령하면 된다. 택배로도 배달받을 수 있다.

④개교 2주간 연기 후 검역체제 마련

초기 방역의 성공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냈다.

대만 정부는 “방역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초 2월 11일이었던 개교를 2주간 연기했다. 그 기간 동안 각 학교에 소독액과 체온계 등을 비치하고 교직원들에게 방역 가이드라인을 안내했다. 아이들은 아침저녁 학교에서 소독을 하고 수업을 받는다.

대만 정부는 △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해당 반의 폐쇄 △2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 휴교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10일 기준, 휴교나 반이 폐쇄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와 휴교를 하거나 아이들을 집에 격리해야 할 경우, 발생하는 아이들의 돌봄 문제도 제도적으로 정비해놨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맞벌이 부부가 많다. 다만 전염병예방법에 아이가 있는 집은 2주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결근 처리할 경우, 벌금형에 처한다.

왕 교수는 “중국에는 85만명의 대만인이 살고 있고 매년 271만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방문한다. 중화권 최대 명절인 춘절까지 있어 관광객이나 귀성객들이 대만으로 밀려오는 시기도 겹쳐 있었다”며 “가능성으로만 보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위험했던 나라”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현재 확진자는 5000명까지 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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