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이 광저우보다 피해 큰 이유..가디언 주목한 '커브 평탄화'

신혜연 입력 2020. 3. 13. 05:01 수정 2020. 3. 13. 13: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기 철저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전염병 확산 획기적으로 줄여
1918~20년 인플루엔자 발병 당시
세인트루이스 피크 사망률은
필라델피아의 8분의 1 수준 불과
우한은 늦은 대처로 광저우보다 피해 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초기 조치가 향후 전염병 확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보건 당국이 반복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커브 평탄화(flattening the curve) 모델'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확산세를 그리는 그래프의 곡선(커브)의 기울기를 꺾기 위해선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두 개의 종 모양 그래프, 차이는 초기 대응

가디언이 설명한 이 모델엔 두 가지 그래프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매우 완만한 기울기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그래프이고, 두 번째는 급격하게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그래프다. 두 번째 그래프처럼 급격히 환자 수가 증가할 경우 의료 시스템과 관련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해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확진자 수가 첫 번째 그래프의 경우보다 월등히 많아지게 된다.

커브 평탄화 곡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워싱턴대의 생물학자인 칼 버그스트롬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커브 평탄화 모델 그래프를 공유했다. 버그스트롬 교수는 "적극적인 위생 관리, 성실한 손 씻기, 단체모임 취소, 여행 최소화, 재택근무 등이 전염병 커브를 평탄화할 수 있다"며 "커브 평탄화에 접어들면 감염자 수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늘어날 것"이라 설명했다.

칼 버그스트롬 교수가 8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한 커브 평탄화 모델 그래프. 공중보건 시스템의 수용량 수준까지 확진자가 발생하도록 속도를 늦춰야 전반적인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버그스트롬 교수는 트위터에서


그는 또 "현재 취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관련 조치가 향후 전염병의 궤적을 결정한다"며 "이는 단지 자신을 지키는 일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중 가장 취약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칼 버그스트롬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 [워싱턴대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WP)도 11일(현지시간) 해당 모델과 함께 '초기 확산 추세를 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빌 하니지 하버드 보건대학원 보건역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공중보건 서비스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신규 확진자 증가세를 낮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본 말도나도 스탠퍼드대 전염병학 교수는 해당 모델에 대해 "전염병이 퍼지는 구조를 빨리 끊어낼수록 기하급수적인 전염병 확산 추세에 빨리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표현했다. 말도나도 교수는 "대응에 따라서 단지 1000개의 사례를 예방하는 게 아니라 10만명의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 작은 시간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피크 사망률 8분의 1로 만든 세인트루이스
1918년 미국 인플루엔자 사례는 커브 평탄화 모델의 대표 사례다. 2007년 미국 과학 아카데미 학회지에는 리처드 J. 햇쳇과 카터 E. 머처, 마크 립시치 교수가 쓴 '1918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상황에서 공중 보건 개입과 전염병 강도'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인플루엔자 발병 당시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다른 대응을 비교한 논문이다.

1918년부터 1920년 사이에 미국에서만 65만명의 사망자를 낸 이 전염병 사태에서 필라델피아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주 후에야 학교를 닫고 공식 행사를 취소하는 등 늦장 대응을 했다. 확진자 발생 11일 차에는 유명한 퍼레이드 행사를 벌이기까지 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첫 감염 발생 이후 이틀 만에 공공장소 문을 닫아거는 등 발 빠른 조치를 했다. 필라델피아는 전염병 발생 초기 확진자가 급증해 공중 보건 시스템이 환자를 다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지만 세인트루이스는 확진자가 아주 천천히 늘어나 결과적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의 사망률인 ‘피크(정점) 사망률’이 필라델피아의 8분의 1수준에 머무르게 됐다.


WP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산속도 닞춰야"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우한(武漢)과 광저우(廣州)의 상황을 커브 평탄화 모델에 빗대 비교하기도 했다. 우한의 경우 뒤늦게 봉쇄 조치를 하면서 확진자 수가 최고점에 빠르게 도달했지만, 광저우는 미리 대비했던 덕에 우한보다 훨씬 적은 확진자 수에 그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 보건대학원 교수. [하버드 홈페이지]


WP는 "중국처럼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까진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집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는 꼭 필요하다"며 “이런 조치가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속도를 낮춰줄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속도가 늦춰지면 의료 자원이 부족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죽음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