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0번'의 진실.."중국 첫 감염은 작년 12월 아닌 11월"

서유진 2020. 3. 13. 14: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단독보도
"12월말까지 이미 266명 환자 있었을 것" 추정
우한 위건위 "1월 5일 원인불명 폐렴환자 59명" 언급

중국에서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한 달가량 앞선 지난해 11월 17일 처음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중국 정부의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후베이 성의 55세 남성이 첫 확진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광저우의 고속철 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이동중인 승객들. [EPA=연합뉴스]

다만 SCMP는 그가 실제로 신종 코로나 감염이 시작된 '0번 환자'인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이번에 확인된 문건이 신종 코로나의 확산 경로 추적과 근원 확인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자료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고 SCMP는 덧붙였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말로 알려져 있다. 만일 SCMP의 데이터가 정확하다면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개월 이상 감염환자를 그대로 방치했고 그 탓에 병이 무방비 상태로 퍼졌다는 얘기가 된다.

SCMP가 입수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신종 코로나에 걸린 환자가 최소 26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지난해 12월 15일까지 27명으로, 12월 20일까지는 60명으로 늘었다. 후베이 성의 의사 장지셴은 지난해 12월 27일 중국 보건 당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보고했는데 이때 이미 180명 이상이 감염된 때였다. 이후 2019년 12월 31일까지 감염 환자는 누적 기준 266명으로 파악됐다. SCMP는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매일 1~5명의 사례가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데이터와 다르다.

올해 1월 5일 우한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원인 불명의 폐렴 사례' 59건을 보고하며 사람 간 전염의 명확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12월 31일 266건(SCMP 문건)'과 '1월 5일 59건(우한 위건위)'은 큰 차이가 있다.

SCMP는 "추적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감염) 사례들은 위협의 규모를 더 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해 12월 말 우한의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1986∼2020)이 그 존재를 처음 알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10일 전격적으로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환영 인파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당시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에 대해 언급했다가 묵살당했음은 물론 경찰 조사에서 '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야 했다. 그는 결국 신종 코로나에 걸려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사망했다. [서울=뉴스1]

그 뒤에도 중국에서 국가적인 대응이 이뤄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심각성을 깨달은 건 1월 20일이 돼서다. 중국 호흡기 질병의 권위자인 중난산(鍾南山)의 입을 빌려 “사람 간 전염이 있다”는 말로 주의를 환기했다. 그러나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23일 열린 2020년 '춘제 단배식(團拜式·단체로 모여 한꺼번에 절을 하는 의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한 차례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