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만 치료, 80세 이상은 어렵다" 이탈리아 충격 증언

권혜림 2020. 3. 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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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한 도시의 병원에서 환자들이 캠핑용 침대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2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16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1만5113명이다.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72%다. 한국의 치명률(13일 0시 기준 0.8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이처럼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노령인구가 꼽힌다.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2.6%(2018년 기준)인 초고령 사회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면역력이 낮아 바이러스 등 감염에 취약한 노령 인구가 많아 그만큼 치명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진들이 '선택적 진료'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80~95세의 호흡기 질환이 심한 노령 환자는 코로나19 전용 병실에 수용되지 못한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치료 대상 선별하는 '윤리적 선택' 기로에 놓여"
지난 9일 폴리티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 시스템 탓에 의료진들이 치료 대상을 선별해야 하는 '윤리적 선택 기로'에 놓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에선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의 환자보다 집중 치료를 통해 완치될 가능성이 큰 '건강한 환자'들에게 진료가 집중되고 있다.

밀라노의 대형병원 의사는 "우리는 누구를 치료할 지 선택해야 하고, 이런 윤리적 선택은 개인에게 떠넘겨졌다"고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의료진에겐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를 위해 의료자원을 비축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나이 든 환자나 기저질환자보다 젊고 건강한 환자를 우선시하라는 의미다.

이탈리아 마취과·집중치료학회 윤리위원장인 루이지 리치오니는 "차별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극도로 약한 환자의 몸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특정 치료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꼽히는 북부 롬바르디의 상황은 심각하다. 병상과 의료 물자가 부족해 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의료진들은 '선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부 의료진은 이로 인한 극심한 압박을 이기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롬바르디의 복지 자문위원 줄리오 갈레라는 "수요가 자원을 능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필요한만큼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부 베르가모 지역의 마취과 의사인 크리스티안 살라놀리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르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선택은 코로나19 환자 전용 응급실 안에서 이뤄진다"며 "80~95세의 호흡기 질환이 심한 노령 환자라면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의 또 다른 의료진 역시 "선착순 원칙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 지역 한 병원 외부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 AP=연합뉴스

12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511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189명 늘어 1016명이 됐다. 이탈리아는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사망자 수를 기록 중이다.

한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1만명에 육박하자 '전국 이동제한령'이라는 강력 대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전 국민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인 셈이다. 지난 11일에는최소 2주간 식품판매점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렸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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