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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금소법]9년만에 통과..나한테는 어떤 도움될까

장순원 입력 2020. 03.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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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 했다가는..5년내 아무때나 해지
설명의무 제재 강화..금융사에게 입증 책임
DLF 사태 또 터진다면..CEO 책임 명화히 규정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얼마 전 직장 근처 은행에서 자녀를 위해 펀드에 가입했던 A씨는 요즘 후회가 막심하다. 가입하자마자 주식시장이 흔들리며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마음이 급해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가입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당시 은행 직원도 다른 전화를 받느라 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기억이 났지만 지금 와서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과거에는 A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 금융소비자가 구제받을 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의 권리를 뒷받침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9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보호장치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회사들은 제대로 상품을 팔지 않았다가는 징벌적 과징금까지 물 수 있어 부담이 커졌다.

9년만에 국회 문턱 넘은 수퍼 금소법

금소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비자 권리가 대폭 강화된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7월 박선숙 바른미래당(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 첫 발의한 이후 총 14개의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 사문화하던 금소법을 살린 건 DLF 사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판매했던 DLF 상품이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일으키면서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가 부각했고 라임 사태까지 터지자 강화된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며 결국 9년 만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우선 모든 금융상품에 6대 판매 원칙이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6대 판매원칙이란 소비자의 재산이나 투자 경험을 반영해 적합하고 적절한 투자상품을 잘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얼핏 당연한 얘기 같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DLF 사태가 벌어진 것도 사실 금융회사가 이 원칙을 어기고 불완전판매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이 원칙을 어기면 소비자에게 강력한 방어권이 생긴다. 대표적인 게 위법계약해지권이다. 5년 내 언제든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다. 해약 요구를 받은 금융회사는 정당한 사유를 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끝낼 수 있다. 금융회사는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끝내도 중도 환매 수수료처럼 불이익을 줄 수 없다. 특히 설명의무는 한층 강화된다.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팔았다가 소송을 당하면 고의·과실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서 금융회사로 넘어갔다.

가령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DLF에 가입했다면 언제든지 중도 해지 수수료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소비자가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하면 불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금융회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 사후구제 강화‥DLF사태 또 터지면 CEO가 책임

소비자 사후 구제도 대폭 강화된다. 분쟁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 절차는 시간과 비용이 가장 덜 드는 구제절차다. 그런데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진행되는 중에 법정 소송이 제기되면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게 흠이다. 금융회사들은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분쟁조정을 무력화하는 경우 많은데, 이를 막기 위해서다.

보허이나 대출, 투자성 상품은 물론 금융상품자문에 관한 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에 철회권도 부여된다. 판매자는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하면 소비자가 지급한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금융회사 불완전판매 제재수위도 확 올라간다. 관련 판매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DLF 처럼 불완전판매를 했다가는 판매 수입의 절반을 토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업법마다 달리 적용해오던 과태료 부과기준이 최대 1억 원으로 일원화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통과된 제정안에는 소비자단체에서 요구한 징벌적 손해 배상제, 집단소송제는 빠졌다.

또 불완전판매가 벌어지면 CEO에게 책임을 명확히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경영진에게 소비자 보호관련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임직원에게 이를 지키도록 관리할 책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센터장은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금융회사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변화를 도모해야 DLF 사태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앞 기자회견 하는 시민단체(사진=연합뉴스 제공)

장순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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