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대한민국, 루이뷔통은 산다..세계 8위 "15조원 질렀다"

이선애 2020. 3. 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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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장 앞은 마스크 낀 손님들 줄섰다 '문전성시'
2년 연속 세계 8위..지난해 14조8천억, 4.6% 성장
루이뷔통 매장 확장..백화점 '나홀로 호황' 명품 강화
럭셔리 상품 시장 규모.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루이뷔통 매장,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구찌 매장 등 백화점의 명품 매장 앞의 공통점은 바로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줄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8000명을 돌파하면서 다중이용시설 곳곳이 텅 빈 모습을 연출하지만, 명품 매장 만큼은 문전성시를 자랑한다.

13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명품 매장에서 만난 이모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 나왔는데 명품 매장은 입장 제한이 있어 쾌적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한 명품 매장에서 만난 박모씨 역시 "원래 사려고 했던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면서 "지금 사지 않으면 바로 물량이 부족해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명품 매장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매장 방문 고객의 손 소독을 진행하면서 입장을 도와드리기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고객 응대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변화는 없고 오히려 지난달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상품 시장규모는 127억2670만달러(14조8291억원, 2019년 고정환율 1165.200원 기준)로 전년 121억6850만달러(14조1787억원)보다 6500억원 증가했다. 순위는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 이은 세계 8위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는 한국 명품 시장은 지난해 4.6% 성장했다. 이는 내수 판매액 기준으로 면세와 중고시장, 블랙마켓이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합하면 시장 규모와 성장세는 훨씬 크고,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럭셔리 상품 시장은 명품 의류, 가방, 시계 등 전 영역에 거쳐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데, 한국 소비자들의 폭넓은 명품 소비가 요인"이라면서 "과거에는 루이뷔통, 프라다, 샤넬과 같이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주였다면, 최근에는 젊은 소비자들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있거나 포용 가능한 명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파니앤코 매장 모습. 이선애 기자 lsa@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도 여전하다. 루이뷔통은 지난 4일 주요 제품 가격을 2~4%가량 인상했다. 작년 11월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해 1년 반 사이에 4번째나 올린 것이다. 샤넬이 작년 10월 핸드백 가격을 3~13%가량 조정한 만큼 업계에선 샤넬이 곧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앞서 올해 초 프라다와 디올 등이 일찌감치 가격을 조정했다.

한국 명품 시장의 장밋빛 성장세에 주목해 세 확장도 본격적으로 꾀하고 있다. 매장 리뉴얼·확대는 물론 주력 제품군을 가방에서 신발, 의류까지 전 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루이뷔통은 신세계 영등포점 명품관에 위치한 매장 확대를 진행 중이다. 남성 제품을 보강하고, 가방뿐 아니라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다양하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명품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와 Z세대)가 가방을 넘어 신발과 의류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남성의 소비력 역시 여성 못지않게 증가해 이에 따라 운영 전략을 변화하고 있는 것.

구찌 행보도 적극적이다. 남성 소비력에 집중해 청담 부티크, 갤러리아 명품관, 롯데 본점·잠실·부산, 신세계 강남·센텀시티점 등에서 남성과 여성 의류를 분리했다. 롯데 본점에서 남성, 여성 매장을 각각 확장 오픈했고 잠실에서는 여성 패션 잡화 매장과 의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해 남성 매장까지 3개를 운영 중이다. 최근 롯데 부산 본점에서도 여성, 남성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백화점 업계 역시 명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으로, 이곳에 3대 명품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 1층에 화장품 대신 명품 매장을 입점시켜 프리미엄 매장으로 개편했고 잠실·부산본점 등의 주요 점포 역시 프리미엄 매장을 적용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4개 지점 모든 곳에 에르메스를 입점시켰고 올해는 샤넬과 루이뷔통 매장 확충에 집중할 방침이다.

루이뷔통 매장 모습.

확진자 방문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백화점 휴점이 이어진 데다 감염 우려 때문에 고객 발길도 줄어 전 브랜드 매출은 평균 15%가량 감소했지만, 명품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22% 줄었지만 명품은 6%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2월 매출이 4% 줄었지만, 명품 매출은 17%나 뛰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지난달(1~25일) 매출이 각각 15.8%, 12.1%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각각 2.4%, 9.3% 증가했다.

홍 연구원은 "한국 명품 시장의 전망은 예년과 비슷하게 다양한 소비자층의 명품 구매를 필두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이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접근방식이었다면, 향후 TV홈쇼핑과 소셜미디어, 온라인을 통한 명품 제품 홍보와 판매 또한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온라인 명품 매출도 덩달아 호조다. 국내 1위 해외 직접구매 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의 지난달 명품 가방 직구 규모(개당 500달러 이상)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명품 전문 쇼핑몰인 발란의 2월 거래액도 전년 대비 15배 늘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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