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신천지 "전도하다 2억 날리고 위 절제술..이만희 천벌 받아야"
"퇴직금도 다 날리고 건강도 잃었지."
2010년 3월 광주에서 30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처음 맞이한 봄. 일에서 벗어났다는 후련함보다는 공허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을 때 존경하던 교장 선생님이 "성경 공부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끌려 모임에 나갔고, 그렇게 신천지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지난 13일 오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10년 차 신도 A씨(70·여)를 만났다. A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2009년 명예퇴직한 후 이듬해 신천지 신도가 됐다.
A씨가 10년 전 교장선생님을 따라 처음 간 곳은 '센터'라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여명이 모여 성경 공부를 하고 있었다.
성경 공부 모임을 주도하던 한 전도사가 친절하게 A씨를 맞았다. 전도사는 무엇을 물어보든 언제나 자상하게 알려줬다. 기독교 신자였던 A씨는 모임에 빠졌고, 하루에 4시간씩 매일 센터를 찾게 됐다.
A씨가 성경 모임의 정체가 신천지라는 걸 알았을 때는 6개월쯤 뒤였다. 전도사는 A씨가 성경 공부에 심취해 있을 때 본인이 신천지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 예배에 참여하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1년만에 시험에 합격한 A씨는 2011년 처음 신천지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존재는 교회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 총회장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예배 때마다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가 등장하면 교회 모든 신도는 일어나 절을 했다.
이 총회장은 말세가 오면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과 자신의 육신이 결합한다고 했다. 때로는 "밥만 먹고 일 안 하는 사람은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
A씨는 "밥은 성경 공부고 일은 전도를 의미한다"며 "교회에서도 성경 공부를 계속했는데 결국 이 모든 건 전도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전도 압박은 심해졌다. 매일 전도사와 구역장이 전화해 새로 구한 연락처를 확인하고 신상을 파악했다. 전도 실적이 저조하면 질타하고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실적이 저조한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60만원씩 벌금을 냈다. 어느 순간부터는 십일조 액수를 늘리라는 압박도 들어왔다. 신천지 십일조 봉투는 뒷면에 각자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어서 돈을 내면 액수를 바로 확인했다.
구역장을 비롯한 신천지 교회의 압박에 못이긴 A씨는 결국 2년 전 화장품 가게에서 알게 된 지인 B씨에게 성경 공부를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A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B씨는 "언니 청을 들어줄테니 내 청도 하나 들어달라"며 "경기도 이천에 지하철이 들어오는 좋은 땅에 투자금 2억원만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A씨를 데리고 경기도 한 부동산에 갔다. 부동산 실내는 고급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 중개업자가 "이 땅에 투자하면 3년 뒤 3배를 벌 수 있다"며 벽 한쪽 지도를 가리켰다. 지하철 노선도가 그려진 지도였다. 결국 A씨는 B씨를 믿고 퇴직금과 모은 돈 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억원을 송금하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그 땅은 맹지였다. 기획 부동산 사기에 당항 것이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매년 내야하는 벌금과 십일조, 전도 압박에 못이긴 A씨는 최근 신천지를 나오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남편과 자식들은 그냥 교회에 다니는 줄로만 알고 퇴직금을 사기 당한 건 모른다"며 "이제는 신천지에서 나와 가정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천지에서 나오기 위해 최근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를 찾아가 상담까지 했다. 김건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강남상담소 목사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나오라"고 조언했지만 A씨는 아직 신천지에 나가겠다는 말을 못 꺼내고 있다.
A씨는 "신천지를 나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연락하고 집까지 찾아온다고 들었다"며 "굉장히 집요하게 들러붙어 못나가게 한다는데 그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신천지는 지금 이 시간에도 텔레그램으로 신도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신도들을 억압하고 돈을 뜯어내는 이만희는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도 벌금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실제로 낸 사람은 없다"며 "(포교를)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도들은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현재 우리 대구 지역 성도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이단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며 "아닌 건 분명하게 아니라고 (보도)해달라. 잘못된 건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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