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경제도 놓칠라..'빈껍데기' 우려 커지는 KF-X [박수찬의 軍]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KF-X 시제기를 완성한 뒤 2022년부터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이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고, LIG넥스원 등이 전자장비와 엔진을 비롯한 주요 구성품 제작에 한창이다. KAI는 개발되거나 해외에서 구매한 장비들을 한데 모아 KF-X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F-X의 성능이 J-20, F-3 등 주변국 차세대전투기나 유럽에서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와 차별화된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F-16 전투기가 서방측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KF-X가 전투력도 수출 경쟁력도 뒤처지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KF-X 개발 관리를 담당하는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KF-X 개발이 본격화된 2015년을 전후로 미국제 무장 장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공군 주력 전투기인 F-35A와 F-15K, KF-16이 보잉,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 미국 방산업체가 생산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무장 장착을 위한 체계통합 기술 수출 승인 지연으로 암람과 사이드와인더를 비롯한 주요 무장의 체계통합을 KF-X 개발기간에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KF-X에는 우선 영국 MBDA의 미티어와 독일제 AIM-2000 공대공미사일을 장착, 체계개발과 시험 등을 진행하게 된다. 군 당국은 이와 별도로 KF-X에 미국제 무장을 조기에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F-X는 음속의 4배 속도로 100㎞ 밖에 있는 적기를 격추시키는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게 된다. AESA 레이더의 발달로 전투기들의 공중전이 먼거리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사거리가 25㎞에 불과하다. 미국제 사이드와인더보다 짧다. F-35A를 비롯한 5세대 전투기에는 쓰이지 않는다.
반면 영국 MBDA가 개발한 아스람 미사일은 사거리가 50㎞에 달하고 영국 공군 F-35A에도 장착되는 기종이다. AESA 레이더의 등장으로 탐지 능력이 향상된 전투기들은 예전보다 먼 거리에서 적기를 발견하게 된다. ‘먼저 보고 먼저 쏘는’ 방식의 공중전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는 이유다. AIM-2000보다 사거리가 두 배 정도 긴 아스람은 KF-X의 공중전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차별화된 요소 부각해야 생존
KF-X는 한반도 영공 수호와 더불어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전투기를 해외에 판매한다는 것은 그만큼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이 성공하려면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F-X 비행시험이 시작될 2022년에는 수출을 위한 해외 영업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 유럽의 견제를 뚫고 KF-X가 수출을 하려면 다른 기종과 차별화된 능력이 필요하다. 고성능 항공무장 장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ADD는 LIG넥스원과 함께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탐색개발에 착수했으며 2022~2028년 체계개발을 거쳐 200여발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81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KF-X 장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우선 개발기간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타우러스는 스톰 섀도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경험을 갖춘 영국 MBDA와 스웨덴 사브의 합작으로 개발됐다. 미사일 개발 및 전투기 체계통합 노하우가 풍부한 두 기업이 힘을 합쳤지만, 실제 개발까지는 7~8년이 걸렸다. 공대지미사일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ADD가 개발 기간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발이 완료되면 KF-X에 미사일을 통합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타우러스를 F-15K에 체계통합했을 때 2~3년 안팎의 시간과 8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KF-X는 현재까지는 실용화되지 않은 무기다. 실전배치되지 않은 무기를 상호 통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지는 추정조차 쉽지 않다.
특히 지상 표적에 명중하는 시험은 100여회에 달할 정도로 많이 진행됐다. 돌입 각도가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정확도와 파괴력이 크게 낮아진다. 이는 지하 벙커 파괴 여부와 직결된 부분이다. 거듭된 시험발사를 통해 발사각도와 속도 등을 확인하면서 기술적 개량을 실시해야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일종의 비행체이므로 감항인증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은 깊게 고려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KF-X에 타우러스 제작사에서 개발중인 단축형 타우러스를 장착해 수출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공군이 운용중인 타우러스와 비교하면, 연료탱크를 줄여 사거리를 400㎞로 단축한 것 외에는 동일한 성능을 갖고 있다. FA-50 경공격기에도 장착이 가능한 만큼 KF-X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적 내륙 지역의 표적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KF-X라면 경쟁기종의 견제 속에서도 의미있는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KF-X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전력증강 사업으로 꼽히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전력증강과 방산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 세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차별화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무기는 우리 군도 외국군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F-35A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자랑할 수 없다면,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한반도 상공을 수호하고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이끌 우수한 전투기다. T-50 훈련기의 미국 수출 실패와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게 할 수는 없다.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대신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작업이 먼저인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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