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는 이부프로펜 피해야' 프랑스 복지부 장관 말에 세계 들썩

윤신영 기자 2020. 3. 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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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트위터에서 언급..의학 근거 불확실하지만 일부 연구는 관련성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항염증진통제로 흔히 복용하는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제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프랑스 복지부 장관이 개인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내용으로, 정확한 사실 여부는 엄밀한 연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부프로펜과 코르티손(스테로이드) 등 항염증성 약을 복용하는 게 코로나19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열이 있다면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의 다른 이름)을 복용하라. 이미 항염증성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의심스럽다면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부프로펜 계열 항염증진통제에는 해열제 등으로 널리 쓰이는 부루펜과 이지엔, 애드빌, 어린이용인 챔프 이부펜 등이 포함돼 있다.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특정 이성질체만 제거한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항염증진통제는 타이레놀과 어린이용인 챔프 등이 유명하다. 게보린 등도 아세트아미노펜에 다른 성분을 일부 섞은 약이다.

하지만 베랑 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는 근거가 아직 불확실하다. ‘벨트’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대학병원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프랑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의사들이 언급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구체적인 연구나 비교 실험 데이터 등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내용이라 신뢰하기 어렵다.

다만 이부프로펜이 공교롭게도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표적 단백질을 인체 세포로 하여금 많이 만들도록(발현) 유도해, 결과적으로 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는 기초 연구 결과는 몇 편 나와 있는 상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구조를 이용해 인체 세포 표면에 난 ACE2 단백질을 인지해 결합한 뒤 세포 내에 침투해 증식하는데, 이 과정의 ‘관문’ 역할을 하는 ACE2가 늘어나 침투 및 증식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의학학술지 ‘랜싯 호흡기의학’에 발표된 논문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로스 스위스 바젤대 의대 교수팀은 이부프로펜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인체 세포에 감염될 때 사용하는 세포 표면 표적 단백질인 ‘ACE2’의 과다 발현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논문에 따르면, 1형 및 2형 당뇨병 환자, 고혈압환자는 ACE 저해제나 안지오텐신2 수용체 차단제(ARB)라고 불리는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약물이 ACE2 발현을 높일 수 있다. 항당뇨병 약인 로베글리타존 계열 약도 ACE2 발현을 늘리는 약물로 꼽힌다. 항염증진통제 이부프로펜 역시 이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지적했다. 논문은 이들 약을 처방받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환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과 처방에 주의할 것을 제안했다.

5일 의학학술지 ‘네이처 리뷰 심장학’에도 ACE 저해제나 ARB를 사용하는 심혈관질환자는 ACE2 발현이 늘어 코로나19 감염시 심혈관계 손상을 더 입을 수 있으며 이것이 중증환자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중증환자와 심장근육 손상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중국 우한에서 41명의 환자를 관찰한 결과 집중치료병상(ICU)에서 치료받은 중증환자 5명에게서 심장근육 손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전 연구에서도 138명의 환자 가운데 ICU에서 치료받은 중증환자 36명에게서 심장근육 손상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코로나19 중증 여부와 심장근육 손상 사이에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심장근육 손상을 불러온 이유로 심혈관질환자의 심장과 폐에 잘 발현되는 ACE2의 증가가 꼽혔다. 다만 이 논문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부프로펜의 영향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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