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후보가 무례" "진영이 다르다" 치이는 청년정치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2020. 3. 1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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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 기르는 시스템 전무한 후진적 당 문화에 희생당하는 청년들
與 청년정치인 만들겠다며 전략공천하자 들끓는 지역반발
'나이 어린 후보 갑자기 꽂아서 되나' 무소속 출마도
통합당은 '문재인 지지했다' 청년 전략 공천 번복도
전문가 "비례대표 제도적 보완 또는 청년들 지역구 적응 프로그램 필요"

"일면식도 없는 나이 어린 후보가…(중략)…싹이 노랗다. 보따리 싸서 당장 의정부에서 꺼져라~"(안병용 의정부 시장)

"오영환 후보에게 조리돌림에 가까운 정치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 성명)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청년 인재로 영입해 의정부갑에 전략공천한 소방관 출신 오영환(32) 후보를 두고 자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위원회 그리고 당 청년위원회 사이에 오고간 가시돋힌 설전이다.

청년 후보들이 이번에는 바꿔보자며 4.15 총선에서 지역구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지역구의 텃세 등으로 쉽게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체계적 양성이 부족하고, 준비 없이 갑작스레 후보를 꽂는 후진적인 정치 현실 속에 청년 후보들만 희생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후보는 지난 2일 의정부갑 지역구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 지역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예비후보가 '아빠찬스' 논란으로 사퇴한 뒤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곳이다.

하지만 오 후보의 전략공천이 결정된 직후 지역위원회 400여 명은 반발 성명을 냈다. 이후 지역당원들은 '오 후보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해당행위라고 협박했다'며 간담회 갑질 논란으로 연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오 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2일 의정부갑 지역구로 전략 공천을 받은 오영환 후보 (사진=연합뉴스)
급기야 안병용 의정부 시장까지 나서 오 후보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나이 어린 후보라면서 "지역도 모르고 지방의회 회기도 모르는 생판 초짜 후보가 오자마자 점령군 행세를 하며 시·도의원들을 첫날부터 군기세우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을 지역구는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 폭로를 당했던 민병두 의원이 컷 오프 당한 뒤 청년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됐다. 청년 후보들만을 위한 지역으로 지정한 된 것이다.

동대문구을은 장경태(37) 민주당 청년위원장과 의사 출신 김현지(33)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코로나19대책추진단 부단장이 경선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역인 민 의원은 곧바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유는 나이어린 청년 후보를 이렇게 갑자기 꽂아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민 의원은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연고가 전혀 없는 청년을 선거 30일 전에 내려보내는 건 청년에게도 가혹한 일"이라고 청년정치의 한계를 에둘러 표현했다.

청년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에게 진영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미래통합당은 서울 강남병에 김미균(34) 시지온 대표를 전략공천했다가 하루만에 철회했다.

과거 SNS상의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한 사람을 공천했다는 이유다. 김 대표의 공천 때문에 급기야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자진 사퇴까지 해야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공천 탈락 논란에 대해 청년정치인들을 기존 진영논리로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SNS상에)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응원하는 글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청년 세대가 무슨 정치적 성향이 있나. 관심가질 여력조차 없다"며 "이념의 정치는 끝났다. 지금 청년들은 정치 자체를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지역구의 반발은 단순히 청년 정치인에 대한 반감만은 아니다. 중앙당에서 지역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총선 한 달 여를 앞두고 전략공천을 하는 데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오랜시간 지역을 지켜온 지역 정치세력을 설득해 단 시간 안에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기성 정치인들도 어렵다.

문제는 그 어려운 일을 갑작스럽게 영입된 청년 정치인들에게 하도록 하는 공천이 과연 청년정치를 위한 길인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의정부갑에 출마한 오 후보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청년 정치인에게 지역에 아무런 조직이 없이 선거운동을 하는 일이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하는 한국 정당의 후진성을 지적한다. 유럽 등 정치 선진국의 경우 청소년 시기부터 정치 교육을 하고, 당도 제도적으로 청년 정치인을 배출해나간다. 40대 총리도 그렇게 배출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우리 정당은 청년 정당인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가지지 못했다"며 "청년들을 지역구 출마를 시키려면 최소 1~2년 전부터 지역구 활동 하도록 프로그램을 짜야하는데 선거 몇 달 전 내려 꽂으면 당연히 당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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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kimdb@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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