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낙관한뒤 콜센터·은혜의강 터졌다..박능후 '경솔한 입'

황수연 2020. 3.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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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안정화 하는 중" 발언 뒤
은혜의 강 교회서 환자 쏟아져
"세계 모범사례 방역" 자화자찬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확인돼

예외는 없었다. 최근 2주 새 보건당국 수장의 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긍정적 발언이 나올 때마다 집단 감염 사례가 터지는 이른바 '우연의 일치' 말이다.

이번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안정화하는 중”이라고 말하기 무섭게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확인됐다. 16일 현재 이 교회 관련 확진자만 49명에 이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계획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전국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위험을 비교적 단기간에 통제해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하는 중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물론 “위기였던 순간을 잘 극복해가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지역사회 감염 유행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되는 시점에 섣부른 낙관론을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24시간도 되지 않은 16일 오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두 번째 대규모 집단 감염이다.

박 장관의 자화자찬에 뒤이은 집단감염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그는 “한국이 새로운 방역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31번 환자 발생을 전후로 방역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한국의 방역관리 체계는 이후에도 효과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발언 이튿날인 9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쏟아졌다. 16일까지 콜센터 관련 확진자만 137명에 이른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 사례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구로구가 밝힌 9일 해당 건물 앞에 임시 폐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당국의 막연한 장밋빛 전망 이후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이어지는 모습은 데자뷔처럼 반복됐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후 대통령의 때 이른 낙관론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며 당국이 진땀을 빼야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국가 지도자와 방역 당국 수장이 실책을 사과하기보다 성과를 내세우면서 성급한 발언을 하고 있어서다.

박 장관의 발언이 집단 감염을 부르는 주문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데다 언제 어디서 복병이 언제 터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한 '장관의 낙관론에 이은 집단 감염'이란 우연의 일치가 되풀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가 8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방역 수장의 경솔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모든 국민이 힘든 상황이다. 위로하고 공감하는 메시지를 줘야 할 시점이지, 잘한 것을 칭찬할 때가 아니다”며 “확언하지 말고 근거 없는 건 낙관하지 말라는 게 복지부 등이 만든 위기관리소통의 기본 지침이다. 그런데 위에서 자꾸 나서면서 모든 게 흐트러지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꾸 쌓인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박 장관의 자화자찬식 발언과 섣부른 낙관론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의협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이 되자 중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대만의 확진자는 아직도 50여명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모범이 되는 방역’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박 장관을 겨낭한 듯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대만 위생복리부장(장관)은 국민 앞에 눈물로 사죄했다. 이것이 바로 책임 있는 자의 참모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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