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눈치보여 식세기 상납했어요"..재택근무 4주차 '생활백서'

배지윤 기자,조현기 기자 2020. 3.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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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아내 눈칫밥에 출근하고 싶다"..주부들 "세끼 반찬 고민"
"코로나19, 아직 안심 일러"..기업들 재택근무 연장 여부 고심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조현기 기자 = #1.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아내가 해 주는 밥을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나니까 좀 미안해서 설거지를 몇 번 했습니다. 3주째 접어드니 도저히 눈치가 보여서…. 결국 식기세척기를 아내에게 상납했습니다.

#2. 가정간편식(HMR)이 맛있긴 하지만 계속해서 먹기는 어렵네요. 더 큰 문제는 온라인으로 HMR을 주문하면 포장박스를 분리 배출하는 겁니다. 이건 대부분 남자 몫이죠. 아내에게 HMR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했다가 쫓겨날 뻔 했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집에 있게 된 이들은 그들대로, 개학 연기로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는 주부들 역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소한 일인데도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고 호소한다.

◇4주차 접어든 직장인들 재택근무 '백태'

1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경우 재택근무에 돌입한지 4주차를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출근길 이른바 '지옥철'(지하철·지옥의 합성어)에 오를 필요가 없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눈치봐야할 것이 많아졌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부장·임원급의 일부 중년 남성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자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외출 자제 권고가 길어지면서 고민이 늘어난 것은 주부 B씨도 마찬가지이다. 개강일이 연기돼 집에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큰 아들이 밥이며 반찬이고 모두 먹어치워 버리면서 B씨 역시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B씨 역시 사람이 몰리는 마트에 가기 꺼려지지만 식사를 준비하려면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업주부 C씨는 "평소에는 다들 바쁘다보니 가족들이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많지 않아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매 끼니마다 가족들 식사를 챙겨주려니 힘에 부친다"면서 "집안일이 늘어 개인시간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빠른 시일 내로 코로나19가 종식돼 원래 생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B2B(기업간거래) 전문 여행사에서 근무 중인 1년차 직원 D사원은 2개월 간 재택근무 시행으로 여유 시간이 생겼다며 온라인 강의를 신청했다. 여행 수요가 '제로'(0)에 가까워 간단한 업무만 이메일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평소 출퇴근 길에서 버리던 2시간 남짓한 시간을 활용해 짬짬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원 D씨는 "직장에서 돌아오면 8~9시가 넘는데다 녹초가 돼 아무것도 못했는데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개인시간이 많이 늘어 여유가 생겼다"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시간이 생겨서 자투리 시간에 바짝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개학도 늦어지는데…기업들 재택근무 연장 놓고 고심

재택근무 기간 연장을 두고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외부에서도 무리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지만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진행할 경우 경영 위축이 불가능한 업체들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가 논의되고 있어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CJ ENM 오쇼핑 부문은 비상 재택근무 기간을 오는 20일까지로 연장했다. 지난 28일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한 이후 이를 3차례 연장한 바 있다. 출근 정상화 여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맞춰 재안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달 말까지 2~3일씩 교대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G마켓·옥션 등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도 지난 13일까지 예정된 재택근무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위메프는 지난달 24일 본사 직원들에 한해 재택근무를 실시한 데 이어 고객센터 근무자들까지 재택근무 범위를 확대했다. 아울러 본사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도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등 유통가 주요 기업들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락앤락은 교육부에서 개학이 연기되면서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돌봄 문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직원 안전 문제를 고심한 끝에 재택근무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면서 재택근무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0일을 시작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한지 한달에 넘어선 레고코리아도 과감히 연장 결정을 내렸다. 회사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연장 중"이라며 "레고코리아는 재택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 발생으로 재택근무를 재연장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들도 연장 여부를 두고 검토 중이다. 업무 효율성 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재택근무 3주차에 접어든 동화기업은 순환 근무 형태로 전환했다. 하지만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 또 다시 터지면서 고심 끝에 재택근무 연장을 결정했다.

콜센터 집단 감염이 일어난 구로구 근처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회사가 지난주 금요일 일주일 연장근무를 결정했다"며 "근처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으로 현 상황 심각하게 봤기 때문이다. 추후 연장 결정은 이번주 금요일쯤 다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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