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계일보

'마스크 대란'과 '마스크 무용론' 사이..혼란은 국민 몫

정지혜 입력 2020. 03. 17. 15:14 수정 2020. 03. 17. 15:56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그래서 대체 마스크를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세계인의 일상을 잠식한 가운데, 마스크 관련 지침은 여전히 오락가락해 대중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 외신들 왜?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식품과 야채의 주문을 받기 위해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우한=AFP연합뉴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국가는 대체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이지만 영미권은 오히려 쓰지 말라고 하는 전문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으로 재확산 국면이 시작된 현재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신들은 줄곧 ‘마스크 무용론’을 제기해 왔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낄 필요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공통적으로 앞세운다.

감염자라면 마스크가 침과 점액이 분사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마스크가 감염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필요는 없으며, 외출 시 꼭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 의대의 엘리 페렌세비치 교수는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착용해서도 안된다”며 “마스크가 건강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느껴지면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고 페렌세비치 교수는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4일 마스크에 대해 “의료진들에 한해 환자와 접촉하는 짧은 시간 동안 착용하고 바로 병원 전용 쓰레기통에 안전하게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스크 의존 과잉’ 부작용 경계해야…해외는 마스크 광고도 금지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오히려 얼굴을 평소보다 자주 만지게 하고 건강을 악화시킬 가능성 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텔레그래프는 “사람들이 권장 착용시간보다 마스크를 오래 쓰는 경향이 있어 마스크 안을 습기 차고, 비위생적으로 만든다”며 “이는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더 중요한 예방수칙인 손 씻기 등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마스크 착용의 위험성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한 시간에 한번 정도 손을 씻는 것이 권장된다.

페렌세비치 교수도 “마스크를 쓰고 벗기 전 손을 깨끗이 씻지 않으면 오히려 잦은 마스크 착용이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역시 “의료용 N95 마스크를 일반인이 쓸 경우 호흡기 부담을 가져와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할 위험이 있다”며 “특히 아동의 N95 착용은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아테네의 한 약국 직원이 마스크가 매진되었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아테네=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재기, 가격 급등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이는 정작 마스크가 정말 필수적인 의료진들에게 위험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스크 사재기가 극심한 탓에 비윤리적 행위도 범람했다. 태국에서는 사용된 마스크를 새 것으로 재포장해 파는 공장이 적발됐고, 폭리를 취하는 판매업자들도 늘어났다.

해외에서는 마스크 광고가 요주의 대상이 됐다. 영국의 광고표준위원회(ASA)가 과장, 허위 정보를 포함한 마스크 광고를 이달 초 금지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도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마스크 판매 광고를 중단한다”고 7일 밝혔다.

◆문화적 차이 무시 못해…해외선 “마스크 쓰면 불안 조장”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방독면을 쓴 사람을 그린 벽화 옆에서 한 남자가 식료품을 들고 걷고 있다. 밀라노=EPA연합뉴스
마스크 착용을 바라보는 문화적 차이도 크다.

텔레그래프는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적으로 자리잡은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전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 나온다면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 등 범죄자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유럽에 있는 교민들이 마스크가 있어도 쓰지 못한다는 웃지 못할 사례도 전해진다.

“마스크 쓸 정도로 아프면 밖에 안 나오는 게 맞다”는 서양의 인식도 동양 문화권과 다르다. 병가를 내거나 아프면 직장을 쉬는 문화 등이 잘 정착된 미국,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아파도 견디며 일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원격근무 도입에 있어서도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원치 않게 외부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보니 마스크를 집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및 구비라도 해 두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 민심은 ‘기-승-전-마스크’
16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한 슈퍼마켓의 거의 빈 선반의 모습. 도르트문트=EPA연합뉴스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내나 해외나 다를 것 없이 사람들은 마스크와 손세정제, 생필품 사재기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하지만 백신도 치료제도 없고 중간 숙주도 명확치 않은 ‘미지의 질병’ 앞에서 완벽한 조언은 없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는 만큼 타인에게 혹시나 피해주는 것을 마스크가 막아준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의 과학적 효능에 대한 검증보다는 ‘달랠 길 없는 불안함’을 마스크 구비로 해소하려는 심리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