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정말 일본에서만 느림보일까
[경향신문] ㆍ세계적 확산 속 완만한 증가세에 의문 제기하는 목소리 커져
ㆍ정부 “폭발적 유행 억제”…검사량 3만건도 안돼 ‘과소평가’
ㆍ올림픽 타격 우려해 검사 거부·사망자 즉시 화장 등 ‘허점’
‘왜 일본만인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속에 일본만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을 두고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폭발적인 유행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사량 자체가 적은 탓에 확산세가 무딘 것처럼 비칠 뿐이라는 반론이 많다. 중증(重症) 이상만 찾아내 관리하는 일본의 검사 정책 때문에 ‘물밑’에선 훨씬 많은 감염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HK가 후생노동성과 각 지자체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17일 오후 6시30분 기준 1563명(크루즈선 포함)으로 전날보다 16명 늘어났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명이 늘어 36명이 됐다. 일본에선 감염자 수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집단감염이 확산되던 지난달 하루 100명 안팎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수십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28일 지역사회 감염이 처음 확인된 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열도에 걸쳐 감염이 잇따른 데 비하면 이례적으로 감염 속도가 더디다.
일본 정부 산하 전문가 그룹은 지난 10일 “다른 나라에 비해 폭발적인 확산은 진행되지 않고 견디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에선 크루즈선(712명 감염)을 제외하곤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16일 발표한 전국 클러스터(집단) 감염지도에 따르면 1곳에서만 50명 이상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국민들이 정부와 전문가회의가 제시한 ‘행동수칙’을 차분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행동수칙은 환기가 나쁜 밀폐공간, 다수 밀집, 가까운 거리 대화 등을 피하도록 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내 감염자 수는 ‘과소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는 의료 현장 붕괴를 우려해 검사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가벼운 증상자에게는 자택요양을 권하고, 37.5도 이상 발열이 사흘 이상 계속되는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만 병원을 찾으라고 요청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탓에 감염자 수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7일까지 2만9122건의 검사를 실시했다고 TBS 방송은 전했다. 17일 기준으로 28만6716건의 검사를 시행한 한국과 대조된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렌호(蓮舫) 참의원 의원은 16일 “검사 건수가 적어 실태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소검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사량을 늘려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7월 도쿄 올림픽 개최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줄이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7일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사망한 고령 남성은 사후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시신을 염하는 한 염습사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폐렴 증상으로 사망한 시신에 대해선 코로나19 검사조차 하지 않은 채 일괄 화장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일본 언론인은 “일본인 사망 원인의 3위를 차지하는 폐렴의 경우 사인을 제대로 따지지 않아 ‘속임수’도 많다”고 했다. CNN은 15일 “다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확진자 급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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