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단키트 걸고 넘어지더니..국내 연구진 美진단키트 결함찾고 국내 기업은 보완기술 개발

조승한 기자 2020. 3. 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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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개발 키트 아무나 '양성' 반응 보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 워싱턴 주 커클랜드의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진단키트가 계속해서 성능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원의원이 이달 11일 사용하지도 않는 한국산 진단키트 성능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작 미국이 사용하는 진단키트가 진단을 못하거나 양성이 아닌데 양성 판정을 내리는 등 현장에서 애를 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가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한 올해 1월부터 진단키트를 개발해 지난달 4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CDC는 같은 달 5일 진단키트를 미국 각 주 보건당국과 세계 36개국 연구소로 보냈다. 이 진단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특정할 수 있는 유전자 중 N유전자의 세 특정 부위인 N1, N2, N3를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으로 증폭해 모두 검출되면 바이러스 유무를 판정한다.

하지만 CDC는 진단키트가 현장에서 제대로 진단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급을 잠정 중단했다. 특히 진단에 쓰이는 유전자 부위 중 N3를 진단하는 시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CDC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지난달 28일 이미 보급된 진단키트에서 N3 시약은 사용하지 말고 N1과 N2 시약으로만 판별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FDA는 이달 15일에야 이를 반영한 새로운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CDC가 권고한 유전자 부위인 N1과 N2가 검출 시약을 만들어도 제대로 판별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 연구팀은 이달 11일  ‘실험신경생물학’ 온라인판에 코로나19 유전자 진단 지표 9세트를 자체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면 음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CDC가 공개한 N2와 N3의 프라이머를 분석했다. 프라이머는 특정 유전자를 증폭할 때 유전자의 합성이 시작되는 짧은 유전자 서열을 말한다. 프라이머는 바이러스가 없으면 PCR을 시작해도 목표한 유전자가 없어 유전자 증폭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팀이 두 프라이머를 시약으로 만든 후 PCR을 실시한 결과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에서도 스스로 반응하며 양성 반응을 보이는 ‘위양성’ 현상이 나타났다. 이 단장은 "CDC가 제시한 프라이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든 없든 알아서 조립을 시작하며 유전자를 증폭해 마치 바이러스가 있는 것처럼 양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CDC가 개발한 N2와 N3 진단키트는 바이러스가 없음에도 형광 반응(Rn)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기영동 검사를 실시했을 때도 N2와 N3는 유전자 증폭이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신경생물학 제공

이 단장은 “CDC에서 공개한 유전자 부위를 그대로 이용해 진단키트를 만들고 일반인을 상대로 실험했더니 모든 사람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저조차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바이러스가 전혀 없어도 양성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절대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미국에서도 CDC 진단키트 문제가 제기됐는데 문제가 무엇인지를 논문으로 처음 공개한 것”이라며 “CDC 키트가 진단용으로 더 많이 배포되기 전에 철저히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N1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의 일부 연구소에서 N1도 문제가 있어 CDC와 FDA의 권고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CDC는 문제가 있는 연구소만 N1을 우선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렸다. 스콧 벡커 뉴욕주 공중보건연구소협회장은 로이터에 “뉴욕 모든 연구소에서 N1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우리는 당장 검사해야 할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진단키트 성능도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유전자 진단키트와 항체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는 피씨엘(PCL)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명지병원, 조선대병원 등 연구팀은 지난달 28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프리프린트’에 국내 코로나19  진단에 쓰는 유전자 중 하나인 ‘RdRp’의 감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진단에는 N과 RdRp를 비롯해 ‘E’와 ‘Orf1’ 유전자가 쓰인다. 한국에서는 코젠바이오텍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RdRp 유전자를 진단에 이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중 RdRp 부위가 감도가 낮아 양성 판정을 받아야 할 환자가 음성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명지병원에서 치료받은 3번 환자의 경우 입원 8일 차에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를 썼다. 이후 9일과 10일 이틀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11~14일차엔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완치되지 않은 환자이지만 진단키트는 음성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음성 판정을 내린 키트는 RdRp가 쓰였다.

전문가와 업계 사이에선 지금까지는 사태 급박성 때문에 진단키트의 정확성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 왔으나 앞으로는 정확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소연 PCL 대표는 "바이러스는 부위별로 발현량이 다르다"며 "진단키트를 처음 만들 땐 바이러스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부위의 특성을 검증하지 못한 채 진단키트를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CDC 진단키트의 신뢰도가 낮다는 사실은 키트를 개발하는 업계에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이미 N3 문제를 극복하는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PCL도 N3를 참고하지 않은 N유전자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N 유전자 진단키트로 환자를 검사한 결과  RdRp에 비해 감도가 최대 43배까지 높았다고 밝혔다. 17번 환자와 22번 환자를 상대로 두 키트를 활용했을 때도 감도가 각각 10배, 7배까지 높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 바이러스에서 RdRp 유전자 10개를 복제할 수 있었다면 N은 50~100개가 복제돼 확인하기 쉬웠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N을 주요 진단 지표로 사용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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