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에 놀란 유럽, 병원·항공사·대기업 놓고 "국유화" 카드

김향미 기자 입력 2020.03.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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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탈리아, 국적 항공사 선택…스페인, 모든 병원 국가 통제
ㆍ프랑스도 “시장 개입 않겠다”는 마크롱 철학 뒤집는 조치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병원과 항공사 등 기반산업 부문에 대해 ‘국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정책을 펴온 국가들이 시장 개입에 있어 ‘최고의 수단’인 국유화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영화를 통해 기반산업의 공공성을 축소해왔던 것이 코로나19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공성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국면에서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반짝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를 국유화하겠다고 밝혔다고 ANSA통신 등이 보도했다. 1964년 국영회사로 설립된 알리탈리아는 2008년 10억유로(약 1조3600억원)에 민영화됐지만, 저가 항공사와 출혈 경쟁으로 2017년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매각이냐 국유화냐 갈림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는 국유화를 택했다. 항공업이 시민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기반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스페인은 16일 개인병원을 비롯해 모든 영리·비영리 민간병원을 일시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의료진들과 의료·의약품 제조사들도 정부 통제를 받게 됐다. 유럽국가들이 의료 부문 투자를 줄여오면서 공공의료 질이 떨어져 코로나19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던 터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7일 에볼라, 코로나19 사태에서 성취를 보여준 쿠바의 공공 의료시스템을 언급하면서 “스페인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병원을 국유화하는 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빌 더 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도 지난 15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검사키트·산소호흡기 부족 실태를 꼬집으면서 “의료용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공장이나 산업은 국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 국유화를 검토 중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 “금융시장 위기에 흔들리는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재자본화, 지분 매입,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용어를 쓸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SE,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등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9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연합정부를 꾸렸고, 스페인도 올해 1월 좌파연정이 출범했기 때문에 정치적 선택으로 더 빠른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2017년 대선에서 국가의 시장 개입을 막는 것을 약속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뒤집는 조치”(블룸버그 통신)를 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NN은 “프랑스 경기침체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매체 RT프랑스는 프랑스·이탈리아 조치를 두고 “기존 경제정책과 대조되는 상당한 공공투자 정책”이라면서도 “상황의 긴급성에 따라 나온 조치들인 만큼, 경제 모델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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