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치명률 0.2%'의 비결..능력인가, 왜곡인가?

유광석 2020. 3. 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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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 관련 수치를 실시간 집계하는 사이트인 월드오미터(worldometer)의 통계를 보면, 한국시간 19일 0시 기준 전 세계 환자수는 20만 8천여 명, 사망자 수는 8천 2백여 명으로 치명률은 4% 정도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치명률이 0.2%에 머무르고 있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독일이다. 당연히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①인구 대비 중환자 병상 비율 '세계 최고'

독일의 환자 수는 만 명을 넘어 만 천 3백여 명이 됐다. 세계 5번째이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런데 사망자 수는 27명, 누적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인 치명률은 0.2%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7.9%, 스페인 4.4%와 비교하면 월등히 낮다.


환자 수는 급증하는데 사망자 수는 적은 비결이 뭘까? 우선 중환자 진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중환자 병상 수를 보면 독일은 29.2개로 유럽 1위다. 유럽 국가 평균 11.5개보다 2.5배나 많다. 이탈리아 12.5개, 프랑스 11.6개, 스페인 9.7개를 고려하면 월등히 많은 숫자다. 그만큼 중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일반 병상 수와 의사 수에 있어서도 독일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②환자 전국에 고르게 분포…의료자원 배분


독일의 환자 수가 비교적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 바덴-뷔템베르크, 바이에른 등 3개 주 환자 수가 각각 천 명~3천 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지만, 다른 주에도 수백 명씩의 환자가 있다. 환자가 어느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지 않다 보니 의료진이나 의료시설이 환자들을 감당할 수준이 된다.


반면 이탈리아는 상황이 다르다.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 에밀리아 로마냐, 베네토 등 북부 3개 주 환자 수가 72.5%를 차지한다. 특히 롬바르디아주는 매일 환자가 천명 이상 새로 나오고 있어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상태로 가면 1주일을 버티기 쉽지 않을 거라는 의료진의 평가가 나올 정도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의사 수와 병상 수 사정이 그나마 나은 지역이기 때문에 의료자원이 부족한 다른 지역에서 도우려 해도 지원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고령의 중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③사후 코로나 검사 미실시

세 번째 요인은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다. 독일은 사망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코로나19로 사망하더라도 사전에 확진 판정을 받지 않는 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13일 독일의 질병통제기관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 한 기자가 물었다. "더 믿을 만한 사망률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사후 테스트를 한다. 독일에서도 이런 검사를 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로타 빌러 연구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사전에 많은 검사를 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다수를 진단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 사망률을 집계하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숨진 사람이 현재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지만, 사후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확진 판정을 받지 않는다면 사망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것이다. 일종의 통계 왜곡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저 치명률…능력인가, 왜곡인가?

유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현재 최번성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고 일어나면 환자 수가 급증해 유럽 전체 환자 수는 8만 3천여 명에까지 이르렀다. 정확한 치명률 수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치명률 0.2%'는 분명 눈에 띄는 숫자다. 사망자에 대한 사후 검사가 생략돼 숫자가 축소됐을 수 있지만, 유럽에서 가장 잘 구비된 진료 체계가 큰 영향을 발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환자의 지역별 고른 분포라는 행운적 요소도 독일의 최저 치명률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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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석 기자 (ks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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