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이긴 닭·오리 조상 '원더 치킨' 화석 발견

조홍섭 입력 2020. 3. 19. 15:47 수정 2020. 3. 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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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로 대멸종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살았던 현생 조류의 직계 조상 화석이 발견됐다.

다니엘 필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9일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벨기에 석회암 광산에서 발견된 조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 현생 조류의 직계 조상이 공룡시대 말기인 67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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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6700만년 전 바닷가 살던 오리 절반 크기..가장 오랜 현생 조류 조상 화석
닭과 오리의 특징을 모두 갖춘 ‘원더 치킨’의 상상도. 중생대 말 공룡시대 해안에 살았으며, 화석이 발견된 현생 조류의 가장 오랜 조상이다. 필립 크세민스키 제공.

소행성 충돌로 대멸종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살았던 현생 조류의 직계 조상 화석이 발견됐다. 닭과 오리의 모습을 모두 갖춰 ‘원더 치킨’이란 별명을 얻은 이 새의 발견으로 조류의 진화사가 새롭게 쓰이게 됐다.

다니엘 필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9일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벨기에 석회암 광산에서 발견된 조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 현생 조류의 직계 조상이 공룡시대 말기인 67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새는 중생대 말 대멸종 사태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공룡의 후손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에 1만 종으로 분화해 번성한 새가 언제 기원했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케빈 패디안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고생물학자는 “독일에서 1억5000만년 전 쥐라기 말 지층에서 발견된 시조새는 깃털과 날개를 갖추었지만 부리에 난 이, 꼬리뼈, 날개 발톱 등 넓은 의미에서는 새이지만 현생 조류와는 다른 계통”이라며 “현생 조류는 따로 쥐라기(2억년∼1억4500만년 전) 동안 육식 공룡에서 분화해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네이처’ 논평에서 밝혔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등 우리나라 남해안의 중생대 말기 지층에서는 공룡과 함께 수많은 새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다. 그러나 발자국만으로 이 새들이 현생 조류의 조상인지 또는 이미 멸종한 새의 계통인지는 알 수 없다. 새는 비행에 적합하도록 무게를 줄이기 위해 뼈에 구멍이 많아 골격이 화석으로 남기 매우 어렵다.

이 새의 화석은 20년 전 한 아마추어 화석 수집가가 벨기에 광산에서 발견했다. 돌덩이에는 새의 다리뼈 일부만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첨단 엑스선 단층촬영 기법으로 조사하자, 돌멩이 표면 1㎜ 안쪽에 숨어있던 완벽하게 보존된 중생대 새 화석이 드러났다.

필드 박사는 “돌 안쪽을 들여다 보았을 때는 내 인생에서 가장 흥분된 순간이었다”며 “시대를 불문하고 새의 골격이 이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은 없어, 꿈인가 싶어 살을 꼬집어 볼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중생대 ‘원더 치킨’의 두개골(가운데)을 칠면조((닭목, 왼쪽)와 청둥오리(오른쪽)과 비교한 모습. 닭과 오리의 중간 특성을 띤다. 다니엘 필드 박사, 케임브리지대 제공.

돌멩이 속의 화석은 현생 조류의 여러 특징을 분명히 간직하고 있었다. 부리의 모양은 육지새를 닮았고 길고 날씬한 다리는 물새의 특성을 지녔다. 필드 박사는 “골격이 닭과 오리의 특성을 뒤섞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앨버트 천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생은 “현생 조류의 기원은 화석이 부족해 공룡시대 말기의 어느 때 정도로 짐작할 뿐 미스터리에 싸여 있었다”며 “이 화석으로 현생 조류가 진화사 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를 직접 바라 볼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패디안 박사는 이제까지 현생 조류는 남반구에서 기원했으며, 그 시기도 분자유전학적 추정으로 1억4000만∼9000만년 전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화석 발견으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새는 청둥오리의 절반 정도인 무게 400g 정도였고, 발견된 지층이 해양 퇴적층이어서 바닷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필드 박사는 “초기의 현생 조류는 몸집이 작고 땅에서 서식하며 해변 가까이에서 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이 화석은 새들의 조상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 사태를 살아남은 것은 (대규모 화재로부터 안전한) 연안에 서식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할 때 현생 조류의 조상인 ‘원더 치킨’은 해안에서 멸종 사태를 피해 살아남았다. 필립 크세민스키 제공.

현생 조류는 날지 못하는 타조 등 고악류와 신악류로 나뉘며, 신악류는 다시 닭, 오리, 기러기 등을 포함하는 닭기러기류와 그밖의 대다수의 조류를 포함하는 신조류로 분류된다. 이번 화석은 닭기러기류의 마지막 공통 조상에 가까운 위치이다.

인용 저널: Nature, DOI: 10.1038/s41586-020-2096-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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