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문엔 수요 예배 시행, 오후 7시반 지하1층 교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우림 2020. 3.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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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을 포함해 40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스1

18일 오후 7시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교회 앞. 안내 문구대로라면 30분 뒤 수요 예배가 시작 예정이었지만 지하 1층 예배당으로 내려가는 교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15분이 지나도 불 꺼진 교회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100m 정도 떨어진 다른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상가 2층에 위치한 교회도 인기척이 없었다. 인근의 소규모 작은 교회 3곳을 더 둘러봤으나 모두 예배를 중단한 상태였다. 한 은평구의 목사는 “수요예배를 하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독교 정신에선 현장 예배를 중시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변에서도 현장 예배를 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일부 중형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회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예배는 온라인 영상예배로 대체하고 있다”고 알렸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형교회 홈페이지에 온라인 예배에 대한 안내가 나와있다. [교회 홈페이지 캡쳐]

불광동뿐만이 아니다. 마포구 염리동과 공덕동 일대의 교회 대부분도 문을 닫았다. 염리동 골목의 A 교회는 1층에 마련해놓은 교회 주보를 통해 당분간 수요예배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교회 관계자는 “우리는 작은 가족 단위 신도가 있는 소규모 개척교회이기 때문에 평일 예배 중단을 결정하기 쉬웠다”며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평일 예배는 모두 중단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상가 4층에 있는 B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층 전체를 임대한 이 교회의 예배당 유리문은 잠겨 있었다. 안에는 어지럽게 정리된 의자와 예배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드럼, 기타 등 악기가 무대에 쌓여있었다. 정문 밖 게시판에는 서울시 문화본부에서 '종교행사를 자제해달라'고 발송한 공문이 걸려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에 붙은 안내문. 수요예배와 주일예배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윤상언 기자.

지난 16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은혜의강 교회에서 46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자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한 교회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에서 두 번째 규모의 집단감염 사태를 부른 은혜의강은 19일 확진자만 총 67명에 달한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예배였다. 은혜의강은 코로나19가 한창 퍼졌던 1일과 8일에도 예배를 강행했다. 신도 수가 130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지만 예배당 출석 교인이 100여명에 이를 정도여서 그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사 아내는 감염을 예방한다며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의 입과 손에 소금물 분무기를 뿌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17일 경기도는 도내 2635곳 가운데 방역ㆍ예방 지침을 위반한 교회 137곳에 대해 오는 29일까지 시설 내 밀접집회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이를 위반하고 예배를 강행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는 교회의 자발적 협조를 당부하고 있어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서울시 관계자도 “법적으로 종교 집회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는 주말 현장예배에 대한 지도ㆍ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 종교행사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예배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런데도 최근 경기 은혜의 강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시가 시행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고 있는지 자치구와 함께 이동 순회 점검반을 편성해 주말 현장예배를 진행하는 교회들을 감독하겠다”고 했다.

이우림ㆍ백희연ㆍ윤상언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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