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확진자 1만 돌파, '팬데믹' 진입한 미국의 치명적 약점 3가지

박형기 기자 입력 2020.03.20. 06:37 수정 2020.03.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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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작한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형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새 2000명 넘게 급증해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미국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CNN은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각 지역 보건당국의 발표를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 확진자 1만1300여명, 사망자 171명 : CNN은 확진자가 전일보다 2700명이 늘어 1만1300여명, 사망자는 171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중에서 미국 가장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Δ진단능력 부족 Δ노숙자 56만 명 Δ의료보험 미가입자 3000만 명 Δ 고용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동법 등으로 선진국 중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19에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진단 능력 부족은 일단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 확진자가 2000명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미국이 그동안 진단키트를 많이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그동안 진단키트 부족으로 충분한 검사를 하지 못했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러지·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지난 13일 "검사 시스템은 미국이 지금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친다. 인정하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진단 장비를 급속히 늘린 것으로 보인다. 트러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직접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고안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을 포함한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진단능력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노숙자 56만 명 : 그러나 한 가지만 해결했을 뿐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전국 노숙자들이 바이러스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는 "의사들이 미국 내 50만 명 이상의 노숙자들이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위험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등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길거리에 56만 명 이상의 노숙자가 있다.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속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의 건물 앞에 노숙자들이 모여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NYT는 "이들은 비좁은 노숙자 쉼터에 머무르고, 물품들을 공유하며, 잘 씻지 않아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리기 쉽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두 배로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또 노숙자의 30% 정도는 근본적으로 폐 질환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미국 내 주요 공공시설이 문을 닫은 점도 노숙자들의 감염 우려를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캔자스시티와 시애틀 등지에서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아 오히려 노숙자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보도했다.

WP는 "공공도서관은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이 유지되며 손도 씻을 수 있고 코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이런 시설 사용이 제한돼 노숙자들이 더 취약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 의료보험 없는 사람 인구의 10% : 미국의 비싼 의료비 역시 미국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로 꼽힌다.

영국 BBC는 지난 14일 "미국 인구 3억 2720만 명 중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27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수천만 명이 병원도 찾지 못한 채 죽어갈 수 있다"며 미국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건강보험이 없으면 의사와 단 몇 분 동안 상담하는 데만 수백 달러(수십만원)를 내야 한다.

3살 때 부모님을 따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왔다는 세바스찬은 BBC에 "나는 성인이 된 이후 항상 손을 씻는 것에 집착해 왔다. 나같은 사람은 병이 나면 의사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불법 이민자 1100만 명 중 1명이다.

세바스찬은 "나는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가족들 모두 코로나19에 대한 뉴스를 접했지만 우리는 건강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면 강제 추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본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선 의료보험을 민간회사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찰비가 상당하다. 의심 증상이 있어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 고용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고용법 :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어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군 중 하나이지만, 유급 병가를 받지 못한다. 미국에선 유급 병가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간호사 대표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BBC는 "코로나19는 여러 국가들을 휩쓸면서 나라별로 각기 다른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중국은 정보의 은폐가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지만 미국에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의료체계가 병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또 "바이러스는 빈부에 관계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민자나 극빈층 등 취약 계층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은 개인에게만 나쁜 일이 아니다. 국가 전체 공중 보건의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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