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콜록콜록..강남클럽 앞 20대 "난 코로나 안 걸려"

정진호 2020. 3. 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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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11시30분 강남의 한 클럽 앞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가람 기자

서울 강남 번화가의 클럽이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시 휴업한 유명 클럽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개장 30분 전부터 10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섰다.

개장 이후에도 사람이 계속 몰렸고 자정이 되자 새로 줄을 선 사람이 7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대부분 20대다.


기침도 신경 안 써
이날 클럽 앞은 코로나19 확진자가 8500명을 넘어선 국내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원피스에 하이힐이나 트렌치코트 등으로 코드에 맞춰 옷을 입은 10여명이 줄을 서 있는 가운데서 한 사람이 기침을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한 기침이었다.

기침이 이어졌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옆 사람이 “마스크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괜찮아. 나는 그런 거(코로나19) 안 걸려”라고만 답했다.

클럽을 찾은 이모(22)씨는 “한동안 클럽을 못 왔는데 다시 문을 연다고 해서 친구들과 밤새워 놀 계획이다”며 “코로나19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강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모(22)씨도 “젊어서 면역력도 좋기 때문에 코로나19 걱정 없다”며 “강남‧홍대‧합정 다 놀러 다니고 있는데 지금까지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수업도 사이버 강의로 하니까 오히려 놀기 편하다"며 "코로나19로 사람이 조금 줄긴 했지만 20대는 술을 마시러 밖에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입구에선 마스크 썼지만…
이날 이 클럽은 입구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만 입장시켰다.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클럽 직원이 1장당 2000원에 부직포 마스크를 팔았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은 클럽 입구에서 통과 의례일 뿐 내부 상황은 달랐다고 한다. 새벽에 클럽에서 나온 20대 남성은 “무대에 사람들이 몰려서 놀고 있는데 몇 안 되는 마스크를 쓴 사람도 대부분 턱에 걸치는 정도였다”며 “입장할 때만 마스크를 엄격하게 검사하고 안에서는 제지하거나 신경 쓰는 사람 없다”고 전했다. 대학 신입생이라는 김모(19)씨는 “술도 마시고 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일부 클럽이 코로나19 위험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다시 한 건 영업 손실 때문이다. 2주간 영업을 중단했다가 이날 다시 문을 연 또 다른 클럽 관계자는 “하루 손실만 1500만원 이상이다”며 “클럽이 문을 닫는 사이 '헌팅술집' 등이 오히려 장사가 잘되지 않느냐”고 했다.


"노는데 어떻게 마스크를…"
강남 일대의 클럽 일부가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몇몇 클럽이 아직 휴업 중인 상태라 '감성주점'(춤 출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술집)이나 '헌팅(즉석만남)술집' 등에도 사람이 몰렸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한 헌팅술집 앞에는 10여 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헌팅술집. 김홍범 기자

기자가 입구에서 술집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가득했다. 음악 소리가 시끄러워 귓속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며 대화하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대학생 최모(20)씨는 “자주 다니는 클럽이 문을 열지 않아서 이곳으로 왔다”며 “안에서 클럽처럼 막 뛰고 논다. 한참 놀아야 하는 이때를 코로나19 때문에 놓칠 수는 없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진 않느냐고 묻자 그는 “노는데 쓰면 안 된다”고 답했다. 직장 동료들과 놀러 나왔다는 이모(24)씨는 "사람들이 '나 신천지다', '나 갑자기 감기 걸린 것 같다'면서 갑자기 기침을 하는 식으로 농담도 한다"고 했다.


20대 확진이 27.5%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20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의 27.5%에 달한다. 연령대별로 비교했을 때 20대 확진자가 가장 많다. 인구10만명당 확진자 수를 비교해봐도 20대가 34.64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많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대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 예방을 위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30대는 면역력이 높아 코로나19를 견딜 수 있겠지만 타인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저 질환자나 고령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클럽 등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쉽게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제 영업중단 방법 없어"

20일 강남의 한 클럽 앞에서 서초구 관계자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서울시 등은 클럽에 영업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이날 클럽 앞에는 서울시와 서초구 관계자가 나와 손님들에 대한 체온 측정 등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서울시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소독과 방역을 잘하고 있는지, 출입자 기록을 제대로 남기는지 등을 점검했다”며 “강제로 클럽 문을 닫게 할 방법이 없으니 이런 부분을 신경쓰는 정도”라고 했다. 서초구 관계자도 “계속해서 (영업 최소화)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홍범‧이가람‧정진호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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