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폐소생 급하다]부동산 'IMF·금융위기' 재현 우려..기민한 대응 필요

국종환 기자 입력 2020. 3. 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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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집값 상관계수 높아..코로나 사태 길어지면 집값 타격
한계차주 관리 및 수요 억제책 완화해야..공급물량도 미리 관리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국내외 경제 전반을 강타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국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가계 대출 규모가 역대 최고인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수입이 줄고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 '역전세난' 등의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도 있어 시장 상황에 따른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 "코로나19 길어지면 부동산 과거 위기 상황 재현될 것"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으로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유럽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급락해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일부 권위 있는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해 공포감이 커진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침체되면 부동산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10년간 주택가격과 코스피 간 상관계수(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크고,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작음)는 0.87에 달한다. 주식시장이 주저앉으면 집값도 동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코스피 지수 등락과 집값 변화를 살펴보면 시차를 두고 비슷한 궤적을 보여왔다. 부동산이 자산의 특성상 처분과 시세 반영 등에 시차가 있어서 주식시장에 후행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금융 시장에 타격을 준 상황에서 글로벌 수출 경기마저 영향을 받게 되면 국내총생산(GDP)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금융 시장이 일정 기간 안 좋아지면 부동산 등 실물 경기도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다음 달(4월)을 넘어서면서 장기화하면 부동산 시장도 본격적인 하락장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 사태가 3~6개월을 넘어 장기화하면 부동산도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며 "임대료 하락과 공실 증가로 구분 상가가 먼저 타격을 받고, 주택 시장에서는 투자 성향이 강한 재건축과 재개발에 이어 일반 아파트, 토지 순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IMF·금융위기 때 집값 얼마나 떨어졌나…은마 두 달 새 26% '뚝'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 직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집값이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998년 한 해 동안 전국 집값은 12.4%, 서울은 13.2% 급락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6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대출금 상환능력이 떨어진 집주인들은 집을 서둘러 팔려고 했으나, 실업률 증가, 임금 삭감 등으로 매매 수요는 급감했다. 전세 계약이 끝나도 세입자를 찾지 못하거나 전셋값이 떨어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은 주택시장을 장기간 하락장세로 몰아갔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2005년부터 약 4년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불패 신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서울 등 전국 집값은 2008년 9월까지 오름세였다. 하지만 금융 위기의 정점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9월) 이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2008년 10월부터 약 4년간 기나긴 하락장세가 이어졌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하우스푸어·깡통아파트 등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상대적으로 거품이 심했던 서울 강남 아파트는 바로 충격을 받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는 2008년 10월 평균 9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12월 7억원으로 두 달 만에 2억5000만원(26.3%)이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도 비슷하게 하락했다.

서울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물 전단이 붙어 있다. © News1 김진환 기자

◇ 한시적 규제완화·한계차주 관리 필요…코로나 이후 상황도 대비해야

현재 주택 시장에서도 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과거 위기 때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이번 주 보합(0%)을 기록해 37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0.12%까지 떨어져 9주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기의 급랭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한시적인 규제 완화 등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을 연장해 집주인의 퇴로를 마련하는 등 기존 정책을 미세 조정해야 한다”며 "경기 추락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 같은 수요 억제책도 전반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도 "하우스푸어, 역전세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영업자와 한계차주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거래절벽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적어도 무주택자의 경우 집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 밖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 주택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건설업계 분양사업을 지원하는 등 공급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지금은 위기 상황이라 '0%'대 저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집값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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