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기 개발 야망 드러낸 日.."한반도가 위험하다" [박수찬의 軍]
일본 정부는 1조5000억엔(약 17조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 신형 전투기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 안에 기초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는 상상도만 나와 있는 수준이지만 영국 주도로 개발이 진행 중인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나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 SU-57처럼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폭격기와 정찰기, 전투기를 잇따라 투입하며 미국,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J-20과 FC-31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중국을 상대하려면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전투기가 필요하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공중전 능력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스텔스 기술과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매체 디플로맷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2018~2019년 글로벌 방산업체에 정보요청서(RFI)를 보냈다. 방위성의 정보요청서에 대해 영국 BAE 시스템즈, 유럽 에어버스, 미국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 보잉이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회사는 록히드마틴이다. 록히드는 F-22의 설계에 F-35A 전자장비를 장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냉전 시절 막바지에 개발된 F-22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다. 최신형 기종인 F-35A는 스텔스와 더불어 전자장비 성능이 우수하다. F-22의 하드웨어와 F-35A의 전자장비가 결합하면 F-22보다 우수한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록히드마틴이 제시하는 개발비가 과도하다는 문제가 있다.
◆‘반쪽 스텔스’ KF-X로는 맞서기 어려워
우리나라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시스템, LIG 넥스원, 국방과학연구소(ADD)등을 중심으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F-35A보다 낮은 수준의 스텔스 기능과 전자장비 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KF-X가 일본의 차세대전투기와 대등하게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에어버스의 타이푼 전투기가 스텔스기를 요격하기 위한 맞춤형 전술을 사용하는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등 지원전력을 충실히 갖추고 있어 이조차도 쉽지 않다. F-35A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6세대 전투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공군발전협의회가 ‘4차 산업혁명과 항공우주력 건설’을 주제로 연 학술회의에서 박기태 당시 공군본부 전략기획 차장은 6세대 전투기의 특징을 인공지능, 스마트 스킨, 극초음속 엔진, 레이저 무기탑재 등으로 제시하며 “KF-16 전투기가 퇴역하는 2040년 이후 전력공백에 대비해 6세대 전투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기술과 예산 문제도 걸림돌이다. 6세대 전투기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전자전 기술이다. 인공지능으로 각종 정보를 융합해 조종사의 의사결정을 돕고 적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전자전을 통해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기체 외형보다 전자장비나 프로그램이 더 중요한 이유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이같은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4.5세대에 해당되는 KF-X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6세대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렇지 않은 채 시간을 낭비한다면, 한반도 일대에서 우리나라 비행기가 안심하고 날아다닐 공간은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늘의 지배권을 잃어버리면 안보도 지킬 수 없다. 지금부터 준비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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