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텔레그램 영상 몇개 사봤는데 처벌받나"..여론은 '관전도 공범'

유경선 기자,최현만 기자 입력 2020.03.22. 06:03 수정 2020.03.22. 15:11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영상이 촬영·공유돼온 사건의 면면이 드러나며 여론은 '영상을 보기만 한 사람들도 사실상 공범'이라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미성년자가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성적 착취를 당하는 것을 보고도 신고는커녕 영상을 소비하면서 박사방의 '박사'나 N번방의 '갓갓'이 범행을 지속하는 데 동조·기여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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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자 처벌 없다면 신상 공개라도" 청원 80만 동의
"법조항 적극해석 필요"..경찰 "다운·소지시 처벌"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최현만 기자 =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영상이 촬영·공유돼온 사건의 면면이 드러나며 여론은 '영상을 보기만 한 사람들도 사실상 공범'이라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미성년자가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성적 착취를 당하는 것을 보고도 신고는커녕 영상을 소비하면서 박사방의 '박사'나 N번방의 '갓갓'이 범행을 지속하는 데 동조·기여한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사'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0대 후반 조모씨가 지난 19일 구속되고, 경찰이 대화방 회원들도 강력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포털사이트 등에 처벌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포털사이트 질문 서비스 등에는 20일 이후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음란물을 판다는 사람이 있기에 맛보기 영상보고 몇 개만 돈을 주고 사서 봤는데 처벌되는 것이냐" "N번 방에 작년 6월쯤 비트코인으로 돈을 보내고 접속했는데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냐" 같은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영상을 본 사람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처벌하지 않을 거라면 그들의 신상이라도 알려달라"는 청원이 20일 올라왔고, 하루 만인 21일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네 배를 넘는 80만여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회원수를 최소 수천명에서 최대 수만명으로 추정한다고 밝혔고, 관전자 수가 26만명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제일 많았을 때는 (방 1개에) 1만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추정치가 실제에 가깝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미성년자가 성적 착취를 당하는 장면을 돈을 주고 소비하면서도 죄의식은 느슨했다는 뜻이라, 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상당히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방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적극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소극적·간접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공범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범죄라는 인식이 있으면 신고를 한다든지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알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노력하는 게 필요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무겁게든 가볍게든 행위에 따른 책임은 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불법 촬영된 영상을 보는 행위만으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지만, 법 조항을 보다 적극 해석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곽 교수는 "실제 이런 사례를 처벌한 판례가 있어야 적극적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관련 법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근거조항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고,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사회가 이런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처벌의 전례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현실적으로 당장 처벌은 어렵고, 입법 공백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영상을 소비하는 수요는 결국 공급자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므로 "유포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양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파악한 박사방 피해자 74명 중에는 미성년자 16명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찍힌 영상을 소지하고 있다면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청법 제11조 5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지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영상을 내려받거나 소지하면 처벌 대상이고, 전부 처벌할 계획"이라면서 최대 3만명으로 추정되는 유료회원이 다 수사대상이 될 수 있냐는 물음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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