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감소는 '착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이유

김영상 기자 입력 2020. 3. 2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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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다중 이용시설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어이진 17일 전북 전주시 일원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주요 확산 경로였던 대구 신천지 신도 검사가 마무리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긴장을 놓을 시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가 늦으면 내년 이후에도 확산할 수 있어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진자 감소는 착시…당분간 유행 지속할 듯
2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이후 약 두 달 동안 확진자는 총 8799명이다. 최근 신규 확진자는 100명 언저리로 떨어져 900명대에 이르렀던 시기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천지 신도 검사가 마무리되면서 벌어진 착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신천지라는 대형 집단감염이 끝나서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했을 뿐 이를 제외하면 뚜렷한 감소세가 없다"며 "유행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올가을 혹은 내년까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상황이 호전된 것이 아니라 유행의 정점을 억눌러놓은 상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최대한 유행을 억제하더라도 7~8월, 억제를 중단하면 여러 차례 다시 유행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방역당국 역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신천지 교인에 대한 확진검사가 마무리됐지만 거기서 파생된 2·3차 지역감염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지금이 코로나19 대응 나설 때"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9일 오전 보호복을 착용한 119구급대원이 확진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한고비를 넘긴 지금이 앞으로 다가올 유행에 대비해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대비책 마련, 의료기관 체계 개편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천병철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장애인시설 등 취약시설은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사망자가 특히 많이 나오는 곳"이라며 "우선 내부에 환자가 있는지 조사한 뒤 앞으로 한 달 이상은 외부와 접촉할 수 없도록 문을 닫아놔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청도대남병원(120명), 대구 한사랑요양병원(75명), 봉화 푸른요양원(68명) 등 의료기관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김탁 교수는 "1차 의료단계부터 상급 종합병원까지 모두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호흡기 감염환자는 별도로 검사하고 현재 운영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상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방문 이력이나 역학적 연관성이 없더라도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 교수는 "지역사회 확산 국면에서는 폐렴 증상이 없더라도 증상만 있으면 모두 검사를 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16만원 낼래?'라고 물어보는 것은 문제"라며 "아직 우리나라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많아 구로 콜센터 같은 소규모 집단감염을 통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느슨해지면 바이러스 파고들 것"
이란에 체류하던 교민과 외국 국적의 가족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해외에서 들어오는 확진자 수 역시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유입 확진자 100명 중 절반이 넘는 52명이 이번 주에 나왔다. 초기 중국이 대부분이었던 유입 국가도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으로 다양해졌다.

김탁 교수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먼저 해외로 나가는 것부터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검역 수준을 더 높이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며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온 국민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차원에서 여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전에 접어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 방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천 교수는 "신천지라는 큰 집단에 놀란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한 덕분에 그나마 바이러스 전파가 둔화된 것"이라며 "여기서 느슨해지면 그만큼 바이러스는 더 파고들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체계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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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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