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트럼프 친서 감사하나 스스로 강해질 것" 자신감(종합)

김동표 2020. 3. 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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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친분과 북·미관계는 무관하다' 분명히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가 먼저' 기존 입장 재확인
대화 구걸 않겠다며 자력갱생·정면돌파 노선 자신감
김여정 위상·역할 변화 주목..'친오빠 공식 대변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친서에 사의를 표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분 관계를 호평하면서도, 두 정상의 사적 친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은 무관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스스로 강해지겠다'며 대미 협상에서의 자신감과 느긋함을 표출하는 한편 미국의 선제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면서 코로나19 방역에서 북측과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친분 관계를 확언하고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다만 북·미관계를 두 정상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서부전선대연합부대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지도하고 정세에 맞게 포병부대의 훈련 강화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1일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모습.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과 맞물려 있고, 이는 북한이 지난해 연말 이후 설정한 정면돌파·자력갱생 노선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 김 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등은 현재 북한의 대미 관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중과 대미 정책 기조를 잘 보여준다"면서 "지난해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밝힌 대미 정책적 입장의 반복"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김정은 생일에 이어 최근 다시 친서를 먼저 보내는 등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과욕적인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들, 즉 한미군사훈련,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특히 제재 고수입장 등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 간 친분과 북·미 국가 간 관계를 분리해 대응하는 입장도 재확인됐다.

임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만큼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이뤄지기를 희망하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은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며 "사실상 (북·미관계 진전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가 보여지고 있고, 미국의 선제적인 결정과 행동이 먼저라는 기존의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두 정상간 친분과는 별개로 북·미대화 재개에는 조건이 있으며, 그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있다고 단서를 달아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섣불리 대화에 나가지 않을것을 암시하면서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며 "코로나19 확산도 별 영향 없다는 자신감도 엿보이고, (대화를) 구걸하지 않고 자력갱생으로 자신들은 걱정이 없다는 연초부터의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코로나19 방역 협력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다.

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지만 북한이 공개적·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미국의 민간 인도지원단체로부터 방역 물자는 받아들일 가능성은 커 보인다"고 했다. 그는 "명분은 유지하면서도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는 당장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의 위상·역할 변화도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그가 개인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임 교수는 "오빠인 김 위원장의 공식 대변인, 공식 메신저로서 위상 변화를 뚜렷히 과시하고 있다"며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대신해 대미·대남 정책에 대한 대외적 입장표명을 전담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풀이했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과 사실상 공동운명체로서 역할 분담을 통해 대미·대남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며 "앞으로도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직접 말하기 어려운, 다소 껄끄럽지만 단호한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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