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열차 4년뒤 납품되는데, 국토부 "GTX-A 2023년 개통"

강갑생 2020. 3. 23.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GTX-A 열차 120량, 2024년 납품 완료
열차 납품돼도 시운전 등 수개월 걸려
국토부 "2023년말 개통", 앞뒤 안맞아
"현실적 상황 고려, 일정 재조정 필요"
GTX 노선도. [연합뉴스]

정부가 경기도 파주(운정)~동탄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개통을 2023년 말로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노선 운영에 필요한 전동차는 그다음 해에나 납품이 완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에 따르면 GTX-A 노선의 사업시행자인 SG 레일은 최근 GTX 운행에 투입할 전동차 120량의 제작·공급사로 현대로템을 선정했다. GTX는 8량이 연결된 열차가 한 편성이다.

GTX-A 노선을 정상 개통하기 위해 필요한 전동차는 모두 160량(20편성)으로 현대로템이 수주한 전동차는 필요량의 75%다. 나머지 40량은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 중이며 조만간 수주업체가 결정될 예정이다.

GTX-A 노선에 투입될 전동차 120량을 현대로템이 수주했다. [사진 국토교통부]

문제는 납품 일정이다. 국토부와 현대로템 등에 따르면 GTX 전동차는 2023년 중에 처음 공급되기 시작해 이듬해인 2024년에 전체 물량이 제작·완료된다. 전동차가 납품되면 시운전 등 정식 운행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있다. 여기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또 열차 운행을 계획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동차를 제때 모두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야 예정했던 열차 운행 시격을 맞출 수 있고, 유사시 비상 대응도 가능하다. 항공처럼 비행기 도입에 따라 순차적으로 운항횟수를 늘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란 의미다.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서는 정부가 밝히고 있는 GTX-A의 2023년 말 개통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전동차가 개통 예정일보다 늦게 도입이 끝난다는 건 그 자체로 개통이 늦어진다는 의미"라며 "업계에서는 빨라야 2024년 말, 아니면 2025년 개통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GTX-A 공사 구간 중 강남구간은 주민과 구청 반대로 착공도 못한 데다 GTX-A 노선과 연결된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발과 현대자동차그룹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사업도 예상보다 늦어져 선로 건설 자체도 목표를 지키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은 GTX-A 노선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여전히 2023년 말 완공을 고집하고 있다. 장창석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팀장은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최대한 노력 중"이라며 "다소 무리해서라도 목표를 높게 잡아둬야 늦어지는 걸 최대한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무리한 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GTX-A 사업의 완공일정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을 경우 애꿎은 '희망 고문'만 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대한교통학회장)은 "개통 일정은 노선과 관련된 지역과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최대한 목표에 맞추기 위한 노력은 좋지만,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차량제작 완료 시점과 강남구 상황,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해 완공 연도를 현실적으로 재조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GTX-A는 지난 2018년 말 착공식을 가졌으며,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시속 100㎞의 표정속도(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시간당 이동거리)로 달릴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대심도 도심형 고속전철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