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온도·습도 높을 땐 전파 느려져"..여름엔 꺾일까

강찬수 2020. 3. 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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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온과 습도가 높을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진다는 중국 사례를 소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여름이 오면 코로나19가 한풀 꺾일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진 것이 온도·습도 등 기상 요인보다는 강력한 방역 덕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온·습도 오르면 재생산지수 낮아져"

21일 코로나19로 시민들 이동이 차단된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크로체 성당 앞 광장에서 도시 방역당국 직원이 소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베이항대학의 왕 징유안 박사 등은 최근 SSRN(정식 출판 전에 논문을 미리 공개하는 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40명 이상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 100개 도시의 바이러스 재생산 지수와 기온·습도의 상관 관계를 통계 분석한 결과, 높은 기온과 높은 습도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낮았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재생산 지수는 감염자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몇 사람에게 전파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연구팀은 1월 21~23일 데이터를 활용, 인구밀도와 도시별 소득수준을 고려해 분석했는데, 코로나19 전파 속도와 온도·습도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재생산지수가 0.0383, 상대 습도가 1% 증가하면 재생산지수는 0.0224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는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에서 전파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인플루엔자의 경우와 일치한다"며 "북반구에 여름과 우기가 닥치면 코로나19의 전파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중국의 또다른 연구팀은 "코로나19가 8.72도에서 가장 빠르게 전파되며, 기온이 그 이상 오르면 확산세가 둔화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온 높아진다고 저절로 해결 안 돼"

중국 우한의 한코우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되고 있는 환자에게 혈액투석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고온 고습 환경에서 전파가 줄 것이라는 데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과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최근 SSRN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춥고 건조한 환경이 바이러스의 생존과 침방울을 통한 전파를 부추기고, 고온 고습의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역학적 가설이 나와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온도와 습도의 역할이 확립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춥고 건조한 지린과 헤이룽장 성, 열대지역인 광시 성 등 중국의 여러 성(省)과 도시, 대만 등에서 1월 11일부터 2월 8일 사이에 나타난 코로나19 재생산 지수를 분석한 결과, 환경 요인만으로는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후반에 감염자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중국 전역에 걸친 강력한 통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북반구에 봄과 여름이 오면서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는 등 기상 요인만으로는 반드시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광범위한 공중보건 대책의 시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기상 요인의 영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래도 여름 오면 꺾이지 않을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 금지 등 이동이 제한된 미국 로스엔제레스 거리가 22일(현지시각) 텅 비었다. AFP=연합뉴스

미국 MIT 맥거번 뇌 연구소의 카심 부카리 박사 등도 지역 기상 조건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SSRN에 논문을 투고했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전파는 온도가 3~13도일 때 최대로 나타났고, 1~3월 평균온도가 18도보다 높은 국가에서는 전체 확진자 숫자가 낮았다"며 "미국 내에서도 플로리다·애리조나·텍사스 등 남부 주에서는 워싱턴·콜로라도·뉴욕 등 북부 주보다 전파 속도가 느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미국에서 남-북의 차이는 코로나19가 높은 온도에서는 덜 전파가 되고, 북반구에 여름이 오면 코로나19의 전파도 수그러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또 "보건당국 등에서는 5월까지 기온이 15도 아래에 머무는 지역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고, 겨울이 다가오는 남반구의 경우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평년 기준으로 4월 평균 온도가 대부분이 15도 아래이며, 5월에는 15도를 웃돈다. 서울의 경우 평년 4월 평균기온은 12.5도, 5월은 17.8도이다.

부카리 박사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에서도 5월이면 코로나19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가을에 다시 확산할 수도

호주 시드니 매릭빌에 위치한 복지부 산하 직업소개소(센터링크) 앞에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23일 대규모 영업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많은 시민들이 일자리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다 높은 온도에 약할까.
감기를 일으키는 4가지 코로나바이러스 가운데 두 가지는 기온이 상승하면 사라지지만, 다른 두 가지는 기온과는 상관없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계절적 특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계절 독감의 경우도 겨울 만큼 기승을 부리지는 않더라도 여름에 퍼지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반구에서 여름 동안 주춤하더라도 겨울을 맞는 남반구 등에서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할 가능성 있고, 이에 따라 북반구에서도 올 가을에 다시 코로나19가 재유입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름 동안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더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고 계속 방역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도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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