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없던 주말..일부서 예배, 꽃놀이, 클럽 모여들어

이동준 2020. 3. 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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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사람만 지키는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유흥주점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청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이강진 기자)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는 이를 무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층은 불금을 즐기기 위해 밀폐된 공간 옴짝달싹하기조차 어려운 클럽에 몰려드는가 하면 가정을 둔 중장년층부터 노인 세대는 봄철 꽃놀이를 즐겼다. 특히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제기된 개신교계는 주말 예배를 강행해 우려를 키웠다.

◆주말 클럽, 줄 서서 입장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날 주말 클럽과 유흥업소는 20~30대 젊은 층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지난 주말 세계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홍대, 이태원, 강남 등 클럽 밀집 지역에는 코로나19로 잠시 멈춰 섰던 클럽들이 운영을 속속 재개하면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대형 클럽의 경우 열화상 카메라를 동원해 입장객 발열 검사를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업소가 마스크 착용 확인, 방문객 명부 작성 등의 정부가 권고한 대응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일부 대형 클럽들은 구청의 요청에 따라 휴업에 나섰지만, 좁은 면적에 다수 인원이 밀집하는 중·소형 클럽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좁고 밀폐된 다중밀집지역 시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젊은 층들은 면역력을 과시하지만 신체 건강한 이들도 감염병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클럽을 찾는 이들의 안전 불감증과 달리 전체 확진자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6.93%(22일 0시기준)로 가장 많다. 또 이들은 건강에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으로 젊은 층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구 지역 확진자 중 26세 환자 1명이 최근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증상이 악화해 현재 중증 상태에 빠졌다.
휴일인 22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낀 채 봄나물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매화마을에는 코로나 19의 여파에도 상춘객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관광지, 꽃놀이 관광객들으로 ‘북적’
밤에 활발히 활동한 젊은 층과는 달리 중장년부터 노인 세대는 낮에 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관광지로 몰려들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고는 하지만 사진 찍거나 커피숍, 식당 등에서는 마스크를 벗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봄꽃 축제인 광양매화축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지만 상춘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주말 매화마을 앞 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차량으로 가득 찼다. 섬진강 둔치 주차장에도 오후부터 차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3월 하순에 접어들어 매화가 지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관광객들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 모처럼 봄나들이에 즐거운 모습이다. 반면 시는 축제를 취소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했지만 6일부터 15일까지 방문 인원이 31만명에 달하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밀려드는 관광객 방문을 억지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상춘객들은 야외에 마스크를 쓰면 안전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꽃놀이하던 시민들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었다. 23일 경북 경주에서 확진된 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된 2명이 확진자로 판정됐다. 이들은 지난 18일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 일원과 그옛날산채식당, 문척면 사성암 등을 방문했다.

이날 확진 판정받은 부산 106번, 107번 환자는 경주 35번 환자가 21일 확진 판정을 받자 자가격리상태에서 검사를 받고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경주 35번 환자는 경주의 다른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경주 35번 환자와 접촉한 사성암과 식당 종사자 16명도 밀접 접촉자로 파악하고 격리 조치했다.

마스크를 썼다고 해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2일 오전 현장 예배를 강행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현장점검을 나온 서울시·구청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대구·부산 등 교회, 주일예배 강행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이 나온 이튿날인 22일에는 일부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서울시와 경찰이 예배 현장 점검에 나선 가운데 주민들은 예배를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72%를 차지하는 대구에서도 이날 일부 교회가 주말 예배를 열어 인근 주민의 반발을 샀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장점검 대상인 시내 교회는 총 2200곳가량이다. 이 중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작은 교회에 대해서는 구청에서 2인 1조로 점검하고 사랑제일교회를 포함한 대형교회 9곳에 대해서는 시에서 점검에 나섰다.

먼저 사랑제일교회에는 교인 1000여명이 서로 팔이 닿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 모여 예배를 봤다.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송파구 임마누엘교회 등도 예배를 진행했다

특히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72%를 차지하는 대구에서도 이날 일부 교회가 주말 예배를 열어 인근 주민의 반발을 샀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 소속 1482개 교회 가운데 8개 교회가 이날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지역에서도 교회 1612곳 중 538곳(33.4%)이 예배를 강행했다.

이처럼 일부 교회의 예배가 계속되자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은 항의 집회를 열고 예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매주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명이 모이는 예배가 계속되자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적과 싸우고 있다”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의 안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강력 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일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는 동떨어진 시간을 보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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