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기자의 망상".. 끝까지 뻔뻔한 n번방 '박사'의 단톡

특별취재팀 입력 2020.03.23. 17:42 수정 2020.03.23. 18:13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여성 수십명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 유포했던 조모(25)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체포 직전까지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용자는 지난 9일 이른바 '박사방'에서 파생된 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이런 XX 기자의 취향이 담긴 망상 글에 국민이 속을 것을 생각하니 무력감에 넋이 나간다"며 "문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만들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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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명을 성적으로 착취한 동영상을 사고 팔았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핵심인물 '박사' 조모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9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남긴 메시지. 텔레그램 화면 캡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여성 수십명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 유포했던 조모(25)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체포 직전까지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정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등 뻔뻔함을 드러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용자는 지난 9일 이른바 ‘박사방’에서 파생된 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이런 XX 기자의 취향이 담긴 망상 글에 국민이 속을 것을 생각하니 무력감에 넋이 나간다”며 “문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만들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또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날은 국민일보가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등을 6개월 넘게 추척한 기사를 처음 보도한 날이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명을 성적으로 착취한 동영상을 사고 팔았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핵심인물 '박사' 조모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9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남긴 메시지. 텔레그램 화면 캡처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여성 74명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만들고 유포한 조씨는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됐고, 19일 구속됐다.

n번방과 박사방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이용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텔레그램 화면 캡처

조씨가 구속되고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n번방’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n번방 이용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었다.

n번방에서 파생된 또 다른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는 지난 22일에도 4100여명이 남아 있었다. 한 사용자가 대화창에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음어) 헤프게 쓰니 갓갓 같은 새끼에게도 낚이는 것”이라고 말하자 다른 사용자가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걸 낚아서 노예를 부린 ‘갓갓’이 대단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나는 강간8범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갓갓’은 텔레그램에서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유포하는 형태의 범죄를 처음 시작한 인물이 사용한 닉네임이다. 또 다른 단체대화방에서는 지난 주말까지도 피해자의 사진을 올리며, 과거 제작된 영상물 소지 여부를 서로 확인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성착취물 등 부적절한 영상의 콘텐츠 ‘링크’(주소)를 남기는 한 단체 대화방에서는 지난 21일 사용자들끼리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n번방‧박사방 피해자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설문조사에 2300여명이 참여했는데 ‘이게 다 문재인 탓’이라는 응답이 39%로 가장 높았고, ‘응답자 4명 가운데 1명은 (피해자가) 자초한 일’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19%만 ‘(피해자가) 불쌍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박사’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문 대통령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좁혀오는 수사망에 대한 부담으로 일종의 자기합리화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일종의 ‘도피심리’인데, 수사 압박이 심해지자 말도 안되고 논리도 없는 글을 써서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또다른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의 일부. 참가자 2300여명이 참가한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항목은 '이게 다 문재인 탓이다'였다. 텔레그램 화면 캡처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텔레그램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던 인물이 경찰 수사와 여론 등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심적 부담을 느껴 범행 책임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보복의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에 대해 n번방 이용자들이 동조 의지를 나타내는 행태는 ‘비난자에 의한 비난’ 심리라고 보는 분석도 있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n번방 가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잘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더 나쁘다고 생각한 이들이 먼저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n번방 범죄의 시초로 지목된 ‘갓갓’의 신병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북경찰청에서 갓갓의 신병을 찾고 있다”며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는 한편,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를 받아 가해자들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onlinene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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