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는 우향우"..김문수는 왜 '광기의 중심'에 섰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22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연단에 섰다. '아스팔트 우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의 본거지다. 김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중인 전 목사를 위해 "목사님이 석방되는 그 날까지 더 뜨겁게 기도하자"며 눈물을 흘렸다. 한 외신기자는"완벽한 광기의 장면"이라 촌평했다.
노동운동가로 출발해 보수정당의 3선 국회의원, 재선 경기지사, 대권 잠룡, '태극기 부대' 핵심까지. 1980년대 이후 한국 정치사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한 거물 정치인, 김 전 지사의 행보는 이른바 '전향(또는 변절)'과 '끊임없는 우향우'로 요약된다.
그의 전향은 1990년대 정치권으로 시선을 옮기며 출발했다. 이재오·이우재 등과 진보정당 민중당을 창당해 14대 총선(1992년)에 도전했지만 저조한 득표율로 낙선, 정당 해산의 쓴맛을 봤다. 1년간 택시기사로 일한 그는 1994년 김영삼 대통령 권유로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며, 이력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꾀했다.
그의 전향은 독일의 통일, 소련의 해체, 냉전의 종결 등 역사적 변화와 현실정치의 한계 등이 원인이었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너(노회찬)는 100을 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2~3개만 하겠다. 그 2~3개만 잘하면 살아있는 민중에게 도움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지사는 15·16·17대(부천시 소사구) 내리 3선의 국회의원, 32·33대 재선 경기지사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 전두환 정권의 민주정의당' 계보를 잇는 민자당 입당은 변명하기 어려운 변절이었지만, 김 전 지사는 "민자당 입당을 후회한 적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정치적 시련은 2014년 경기지사 퇴임 후 본격화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결정적 실패를 경험했다.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더민주 후보와 1대1 대결을 벌였는데 득표율 37.7% 대 62.3%, 무려 24.6%포인트(p) 차이로 낙선했다. 당의 '텃밭' 대구에서의 참패는 '정계은퇴'까지 거론될 정도의 충격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로 당시 야권의 당선이 확실시됐던 2017년 19대 대선에는 불출마했고, 또 한 번의 정치적 전향을 택했다.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이른바 '태극기 부대' 집회를 주도하며 '아스팔트 우파'로 자리매김했다.
옛 정치적 동료였던 전여옥 전 의원은 2017년 초 그와 함께 출연한 한 방송 프로그램 녹화에서 "민주투사에서 태극기 전사로 180도 태도를 바꿨다. 왜 그렇게 변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대통령의 꿈이 좌절되고 힘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적 재기를 꾀하려는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전 목사와의 자유통일당 창당,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과 합당(자유공화당)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21일 김 전 지사는 "노선 차이"를 이유로 탈당했다. 정치권에선 공천 갈등을 배경으로 본다. 또 한 번의 정계은퇴 위기, 김 전 지사의 오른쪽에는 더 이상의 자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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