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금 챙겨 한국 떠나자.. 발빼는 오일머니

이경은 기자 입력 2020.03.24. 06:05 수정 2020.03.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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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주식 13거래일 연속 팔아치운 외국인

- 3월에만 10조7373억원 처분해 역대 최대 기록

- 현금이 왕(Cash is King)… 오일머니 이탈 우려

한국 증시에서 공포스러운 외국인 투매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코스피 기준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지난 3월 5일부터 2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3월 한 달 순매도액(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것)은 10조7373억원. 한국거래소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1999년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도대체 외국인은 언제까지, 얼마나 더 팔아치우려는 걸까.

◇외국인, 월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

역사상 가장 긴 외국인 셀코리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2008년 7월이었다. 이때 33거래일 연속 순매도가 이어졌고, 누적 순매도 금액은 약 9조원이었다. 이번 코로나발(發) 셀코리아는 13거래일 연속 기록 중이지만, 금액은 9조7952억원으로 이미 직전 신기록(9조원)은 따라잡은 상황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외인 군단이) 이미 주식을 많이 팔았는데 더 팔 물량이 남았느냐’며 패닉에 빠졌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이달 기준 약 594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무차별 팔자 공격에 10년 전 수준으로 역주행하면서 1500선까지 깨진 참담한 상황이지만, 매도 여력은 더 남았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외국인이 당시 시총의 1.4%를 매도했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해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15조원 근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Bye코리아 남았지만 여름쯤 돌아올 것”

“개미는 유동성 위기가 뭔지 잘 모른다, 알만한 플레이어들은 전부 겁내고 있다”(증권사 임원)

외국인이 내던진 한국 주식은 거의 전부 개인들이 받고 있다. 또다른 증시 거래 주체인 기관은 외국인처럼 적극적으로 팔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들처럼 ‘쌀 때 사자’면서 사지도 않고 있다.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 A씨는 “요동치는 코스피 지수는 올 상반기(1~6월) 국내 기업들의 체력 수준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여름 쯤에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적극적인 매매 없이 관망하며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전염병 유행이 진정된다고 해서 한 번 쪼그라든 경제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채권 등 자산시장은 일종의 관성이라는 게 있어서 한 번 방향을 잡으면 한동안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면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외국인 셀코리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권 유동성 위기가 해소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치울 것”이라며 “미국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유가가 상승 반전하는 등 필수 요건들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유국 오일머니 탈출 우려

일본 닛케이신문은 유가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머니를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5~16년 유가 하락기에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도 오일머니 유출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월가에선 오일머니 탈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가 미국 유명 헤지펀드에 거액 환매 요청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내 증시의 경우엔 아직 3월 통계는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지만, 2월 금융감독원 자료로는 중동 지역의 한국 주식 순매수 금액이 300억원이었다. 코로나 쇼크가 본격화한 시기는 아니어서 매도세는 강하진 않았지만, 작년 2월의 순매수 금액과 비교하면 82% 줄어들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3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 므누신 재무장관 말처럼 미국 실업률이 20%까지 치솟는다면 증시 추가 조정을 피할 수 없고 코로나가 여름이 되면 북반구에서 활동이 뜸해질 지도 자신이 없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코스피 지수가 1000을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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