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드라마·소설 1편 압축한 듯 국악의 매력은 기가 막힌 가사죠"

장재선 기자 2020. 3. 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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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석은 “제 타고난 감성이 서도소리의 한을 좀 더 진하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양금석 배우 제공
방송에서 경기민요를 부르는 모습. 양금석 배우 제공

- 경기민요 이수자·배우 양금석

최근엔 서도민요 배우는 중

목청으로만 부르는 것 아냐

이면을 볼때 진짜소리 나와

“제가 국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가사가 기가 막힌 작품이 많다는 거예요. 요즘 시대에 들어도 어색하지 않게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지요. 가사의 매력이 철철 넘쳐요.”

그는 경기민요 ‘노랫가락’이 100수가 넘는 시조를 가사로 삼고 있는 점을 들었다. 또 ‘창부타령’ ‘청춘가’ 등의 가사는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했다.

중견 배우이자 국악인으로 활동해 온 양금석. 경기민요 이수자인 그가 요즘 서도소리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를 청했다. 그는 단국대 대학원 국악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서도민요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제 국악 공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싶어서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서도소리 명창 유지숙 교수님 지도를 받고 있어요. 나이 들어 학교 공부를 하려니까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웃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양금석은 연극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드라마에서 30여 년을 꾸준히 활동해 온 연기자다. 오는 5월부터 지상파에서 방영할 드라마에 출연하기 위해 현재 연습 중이기도 하다.

그가 1990년대 말에 민요를 배운 것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전통 가락을 좋아했던 까닭이었다. 연기 활동이 바쁜 탓에 소리 공부를 쉬었으나, 2005년 경기민요 대가인 이춘희 명창을 사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왜 어려운 공부를 시작했느냐고 물어보는 이가 많은데, 저도 모르게 국악 쪽으로 끌린 것이에요. 그냥 좋았으니까요.”

그는 2008년 국악 대가들 앞에서 시험을 보는 과정을 거쳐서 경기민요 이수자가 됐다. 이후로 이런저런 공연에 참여했는데, 그는 경기 12잡가(雜歌) 중에 6개를 공연했던 것을 특별히 기억했다. 경기 잡가는 세련된 가사와 미려한 창법이 특징이다. 서서 노래하는 입창(立唱)과 달리 앉아서 부르는 좌창(坐唱)이 일반적이다.

“2012년쯤 서도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김광숙 문화재(서도소리 중요무형문화재)에게 개인적으로 배운 것인데, 저에게 잘 맞았어요.”

서도소리는 황해도, 평안도 등 서도(西道) 지역에서 전승된 민요나 잡가, 시창(詩唱) 등을 말한다. 수심가, 몽금포타령, 배뱅이굿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경기민요가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소리로 대체로 맑고 경쾌하며 흥겹다면, 서도소리는 감춰진 슬픔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서도 지역에 전쟁, 재난이 많아서 먹고 살기 힘들었던 탓에 소리에 한(恨)이 맺혔다고 하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슬픈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한의 정서가 진하게 배어 있는 서도소리에 애정이 깊다고 했다. 그가 국악 공연을 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경기민요를 할 때는 즐거움이 가득해 보이고, 서도소리를 하는 무대에선 깊고 그윽한 표정을 짓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는 “소리도 연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소리는 드라마, 소설 1편을 압축시켜 놓은 작품들입니다. 단순히 목청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중시할 때 진짜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혹시 나중에 후배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우리 노래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느라 전화와 SNS 등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국악의 가사가 훌륭하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준수, 유태평양 등 젊은 국악인들이 그런 가사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것이 참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국악이 현재 소외돼 있다는 시각과 관련, “여느 영역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정진하면 대중이 알아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연기를 병행하며 국악을 공부하는 자신이 무슨 대단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이 말은 분명하게 했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국악 공연 무대에 자주 서고 싶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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