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7명 사망 토바펜션 사고.."이미 위험 상태 방치된 객실"
가스 배관 막음 처리 소홀 '人災'..관리·감독 적정성 계속 수사
(동해=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일가족 7명이 사망한 강원 동해시 토바펜션 가스 폭발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가 60일 만에 마무리됐다.
강원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은 동해 토바펜션 업주 A(66)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스 배관 막음 처리를 소홀히 해 객실을 이미 위험한 상태로 방치한 나머지 일가족 7명이 사망한 가스 폭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A씨에게 적용한 죄명은 과실폭발성물건파열죄와 업무상 과실치사, 건축법 위반 등 8개에 달한다.
또 펜션 직원, 액화석유(LP)가스공급업자, 건축업자 등 8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사고 펜션의 불법 증·개축 등 건축물 처리와 관련한 담당 공무원 등의 관리·감독 부실이나 적정성 여부 등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 입실 2시간여 만에 사고…평소 우애 돈독한 자매들의 설날 위로 모임
일가족 7명이 사망한 토바펜션 가스폭발 사고는 설날인 지난 1월 25일 오후 7시 46분께 발생했다.
이 사고로 둘째(70)·셋째(66)·넷째(58)·다섯째(56) 등 네자매, 둘째의 남편(76)과 다섯째의 남편(55), 사촌 자매(66) 등 일가족 7명이 숨졌다.
1남 5녀, 6남매 중 첫째 오빠와 막내 여동생은 사고 당일 현장에 없었다.
이들은 아들을 잃고 실의에 잠긴 셋째를 위로하기 위해 설날 가족 모임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셋째는 지병으로 아들이 캄보디아에서 숨진 이후 한동안 충격에 빠져 있었다.
평소 우애가 돈독했던 자매들은 그런 셋째를 위해 설날 가족 모임을 마련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매들은 설날을 맞아 넷째가 사는 동해로 속속 모였다.
경찰이 사고 당일 펜션 주변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일가족 중 일부는 사고 펜션에 오후 5시 30분께 입실했다.
이어 나머지 가족들도 순차적으로 토바펜션에 도착했다. 일부는 펜션 1층 횟집에서 횟감과 매운탕거리를 사서 2층 펜션으로 이동했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휴대용 가스버너도 1층의 한 횟집에서 빌렸다.
사고는 일가족 7명이 모두 펜션에 모여 저녁 준비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순간 발생했다.
큰 굉음과 함께 1차 대규모 가스 폭발에 이어 4분여 뒤 휴대용 가스버너의 부탄가스 용기에 의한 2차 폭발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 "이미 위험한 상태로 방치된 객실"…가스 배관 막음 처리 소홀 '人災'
펜션 업주 A씨는 냉동공장으로 쓰던 이 건물을 1999년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한 뒤 민박 영업을 하다가 2011년 전체 리모델링 후 행정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미신고 펜션 영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펜션 업주 A씨와 직원은 객실 내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펜션 업주 등이 인덕션 고장 시에 막음 처리한 육각볼트를 풀고 가스 배관을 다시 연결해 가스레인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을 경찰은 밝혀냈다.
이처럼 부실하게 마감 처리된 객실 내 가스 배관과 열린 중간밸브를 통해 다량 누출된 가스가 불특정한 점화원에 의해 폭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일가족 7명이 사망한 가스폭발 사고의 원인 제공은 가스 배관의 마감 처리를 소홀히 한 펜션 업주에게 있다는 게 경찰의 수사 결과다.
LP가스는 공기보다 1.5배가량 무겁기 때문에 사고 당시 객실에서 누출된 가스는 바닥에 깔린 상태였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다만 사고 펜션 객실의 가스 배관 중간밸브가 왜 열려 있었는지와 점화원이 무엇인지는 여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펜션 업주 측에서는 가스 배관의 마감 처리가 소홀했더라도 누군가 중간밸브를 열지 않았거나 발화원이 없었다면 가스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과실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설령 피해자들이 조리기구의 조작법을 몰라 가스 배관의 중간밸브를 실수로 열었더라도 펜션 업주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스 배관의 막음 장치를 부실하게 시공해 펜션 객실을 이미 위험한 상태로 방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펜션 업주의 책임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일가족의 차량 내 블랙박스 등을 보더라도 표정이나 말투 등에서 다툼의 가능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우애가 돈독했다는 정황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찰의 손을 떠난 토바펜션 사건은 검찰의 추가 보완 수사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에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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