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투표 앞자리 잡자"..비례당에 현역 꿔주기 '위장전입'

김상범·심진용 기자 입력 2020. 3. 24. 22:53 수정 2020. 3. 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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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통합당 10여명 한국당행 저울질…추가 수혈 땐 ‘기호 2번’
ㆍ민주당 지도부, 불출마 의원들 설득…더시민 ‘3번’ 넘봐

현충원 찾은 미래한국당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앞줄 왼쪽)가 24일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씨(가운데) 등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4·15 총선 후보 등록일을 이틀 앞둔 24일 모(母)당의 현역 의원 수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총선 정당투표에서 앞자리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래통합당은 불출마·비례대표 의원 10여명이 미래한국당행을 저울질하고 있다. 뒤늦게 비례위성정당 대열에 합류한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의원들의 이전을 설득하고 있다. ‘꼼수’ 창당 논란으로 시작된 비례위성정당 문제가 ‘현역 의원 위장전입’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 소속 의원 9명을 확보한 미래한국당은 추가 수혈을 서두르고 있다. 내부적으로 원내교섭단체(20명) 수준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원유철 대표는 이날 “4선의 김정훈 의원이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래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은 지난달 창당 시점만 해도 3명에 불과했지만 정운천·이종명 의원이 합류하고, ‘한선교의 난’으로 불린 비례대표 명단 파동 이후 원 대표 등 4명이 통합당에서 건너오면서 9명까지 늘었다. 김 의원이 입당하면 소속 의원은 10명이 된다.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 민주당·통합당을 제외하면, 원내 3당인 민생당(18명)에 이어 두 번째 번호는 따 놓은 셈이다. 현 상태로도 모(母)정당인 통합당의 지역구 투표 번호인 2번과 같아 득표에 불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 대표는 나아가 “힘을 보태 줄 의원이 10여명 더 있다”고 했다. 교섭단체를 노린다는 의미다. 김종석·문진국 의원 등이 추가로 거론된다. 하지만 순조로운 영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 의원은 “당이 당적 변경을 요청하면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일부 불출마 의원들은 “왜 머릿수만 채우러 가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총선 불출마 의원들을 줄줄이 당사로 불러 설득전을 벌였다. 원혜영·금태섭·손금주·신창현·심기준·이규희·이훈·제윤경·정은혜 등 9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더시민에 힘을 실어달라”며 합류를 요청했고, 6명 정도가 이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다른 의원들의 동참을 독려했다.

그러나 합류를 거절한 의원들은 “정치 소신과 맞지 않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좋지 않게 본다”며 거절했다. 면담에 오지 않은 불출마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도부가 이적을 강권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더시민 합류를 선언한 이종걸 의원까지 최소 7명이 이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더시민은 민생당, 미래한국당에 이어 기호 3번을 얻게 된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 직전까지 계속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당투표 순번뿐 아니라 열린민주당 견제를 위해서도 최대한 많은 의원이 이적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 간 ‘의원 꿔주기’를 둘러싼 고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이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보내 더시민 가입을 강요했다”고 비판하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민주당은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총선 불출마 의원들의 미래한국당 이적을 권유한 것을 고발했다.

김상범·심진용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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