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벚꽃길.. 워싱턴은 출입금지, 도쿄는 인산인해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20. 3. 2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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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벚꽃명소 극과 극 풍경

미 워싱턴 시 당국이 23일(현지 시각)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벚꽃 명소인 내셔널몰과 인공호수 타이들 베이슨, 제퍼슨 기념관 인근 거리와 다리를 완전히 봉쇄했다. 지난 주말 벚꽃이 만개(滿開)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리자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이 전날 벚꽃 인파를 차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일본에선 수많은 사람이 벚꽃 구경을 위해 공원으로 몰려나오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벚꽃이 만개한 거리에 23일(현지 시각) '폴리스라인 넘지 마시오(Police Line Do Not Cross)'라고 적힌 차단선이 설치돼 있다(왼쪽 사진). 시 당국은 이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시내 주요 벚꽃 명소를 완전히 봉쇄했다. 일본의 풍경은 다르다. 24일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끼고 벚꽃 구경을 나왔다(오른쪽 사진). 당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하는 확성기 방송만 했을 뿐, 이들을 적극 저지하지는 않았다. /UPI AP 연합뉴스

워싱턴 경찰은 이날 제퍼슨 기념관과 인공호수 타이들 베이슨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마다 경찰차들로 바리케이드를 쳐 길을 막았다. 인도(人道)에도 마치 범죄 현장 접근을 차단하듯 '주의(caution)'라고 적힌 노란 줄을 둘러놓았다. 차든 사람이든 누구도 벚꽃 주변으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벚꽃 명소는 시내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다. 평소에 이 길을 막는 것은 엄청난 교통 체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어 평소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내셔널몰 인근에서 길목을 지키던 한 경찰관은 "언제까지 봉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모른다"며 "어쨌든 지금 벚꽃 구경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내셔널몰과 제퍼슨 기념관 주변엔 벚꽃 구역을 차단한 데다 비까지 내리면서 적막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서 만난 리사씨는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아쉽다"며 "그래도 경찰의 조치가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워싱턴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봄 나들이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CNN방송은 이날 캘리포니아주의 LA시와 샌타모니카, 롱비치 지역 행정 당국이 지난 주말 봄 나들이객이 해변으로 몰려들자 해변 주차장의 문을 닫고, 공원과 산책로, 스포츠 시설을 폐쇄하는 추가 조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에선 벚꽃이 만개하자 공원에 시민들이 몰려들었지만 당국이 이를 적극 저지하지 않았다. 주말인 지난 21~22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도 도쿄 우에노 공원 등 벚꽃놀이 명소에 시민들이 가득 몰려들었다. 이날 우에노 공원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경고 방송을 했지만, 일본인들의 벚꽃 놀이를 막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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