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다시 조국이다

선우정 부국장 2020. 3. 2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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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그를 잊지 않았다
정당이 급조되고 대통령의 입과 칼, 여사님 친구까지 모였다
다시 10월 3일, 다시 광화문이다
선우정 부국장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민주당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은 것이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의 김의겸씨와 반(反)조국의 기수 금태섭씨 대우 방식이다. 김씨를 거두고 금씨를 버리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진다고 봤다. 민심을 발로 찬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둘 다 버렸다. ‘문심(文心)’을 일부 배제하면서 파이가 가장 큰 절충선을 택한 것이다. 여당에 상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권력에 취해 눈까지 돌지는 않은 듯했다. 알고 보니 정말 어수룩한 생각이었다.

비례당인 열린민주당이 탄생했을 때 '좌파의 본질'을 다시 절감했다. 보수의 상식선에서 그들을 평가하려 한 것이 애당초 잘못이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의겸·손혜원씨,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씨가 이 당에 합류했다. 이들은 민심 때문에 민주당에서 밀려났지만 대통령 후광(後光)으로 진영의 컬트적 지지를 받는 인물들이다.

좌파는 통합을 통해서만 세(勢)를 늘리지 않는다. 오히려 분화를 통해 떼어 낸 작은 세포를 키워 큰 조직으로 만드는 게 특기다. 담론이나 구호를 매개로 조직 사이에 강력한 관계망을 구축해 헤게모니를 장악한다. 좌파가 신봉하는 그람시류(類)의 전술이다. 담론이 시원치 않을 땐 '적대적 타자(他者)'를 매개로 헤게모니를 만든다. 요즘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문제가 왜 친여 미디어를 통해 부각되고 검찰 쿠데타 명단이 정치권에서 왜 나오는지 이 잣대를 대입하면 답이 나온다.

경제에서 통합 전략은 '3+1=5'를 기대하는 시너지 전략이다. 반대로 분할 전략은 '3-1=5'의 결과를 노린다. 기업의 세계에선 특정 조직의 개성과 전문성이 두드러질 경우 함께하는 것보다 떼어 내는 게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 질적 수준은 전혀 다르지만 정치권에 빗대면 조국 지지 세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끼고 있으면 중도의 민심이 떠난다. 떼어 내면 다른 좌파 정당으로 흩어진 맹목적 친조국의 지지까지 흡수할 수 있다. 여권은 좌파의 정석대로 움직였다. 급조된 열린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여권의 분할 전략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이 하는 것처럼 "우리가 남이다"라고 선거 날까지 떠들기만 하면 된다. 그런 정치쇼를 진실처럼 전파하는 미디어도 널려 있다.

열린민주당을 만든 정봉주씨는 역시 혀로 살고 혀로 죽을 인물이다. 그제 소셜미디어에 올린 그의 주장은 창당 선언문보다 이 정당의 정체를 백배 더 분명히 드러냈다. '우리는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입-김의겸. 문재인 대통령의 칼-황희석·최강욱. 김정숙 여사의 친구-손혜원. 누가 문재인과 함께 끝까지 갈 것인가? 그 깊은 곳, 우리들이 살아온 인생을 보십시오.' 김의겸씨는 국민이 부동산 값 폭등에 괴로워할 때 상가 딱지를 빚까지 얹어 사들여 정권에 오물을 뿌린 인물이다. 대통령은 그가 청와대를 떠나는 날 식사를 같이하면서 "어디서 살 거냐"고 걱정했다고 한다. 정씨 말대로 그들의 '깊은 곳에' 대통령이 있다. 역설적으로 말해 대통령 한마디면 사라질 당이다. 그런데 승승장구한다. 그 함의를 다 안다. '문심(文心)은 우리에게 있다'는 정씨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이 정당의 총선 후보에 오른 황희석씨는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낼 때 '조국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다. 요즘 그의 주장을 들으면 여권의 총선 승리 이후 펼쳐질 대한민국의 미래가 훤히 보인다.

얼마 전 그는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썼다. "억울한 희생을 당한 '조'는 명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할까요? 4·15 총선이 결정합니다. 뭐… 대충 답은 보입니다만." '조'는 조국씨, 명예 회복은 무죄, 새로운 운명은 정치적 도약으로 해석된다. 여권이 총선에서 이기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다. 그것도 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사는 민변 소속이다. 총선 승패와 유무죄가 무슨 관계인가? 정치권 언저리를 돌다 보니 현실을 보는 눈이 생겼나. 여권이 승리하면 무죄가 될 수 있다는 황씨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문재인 시대 대한민국 사법은 난장판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조씨가 새로운 운명을 맞는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여권 승리로 무죄가 나오면 그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오를 것이다. 황씨는 문재인 시대 땅바닥에 떨어진 한국 정치의 도의까지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 보통 인물이 아니다.

보수는 조국을 잊었다. 하지만 좌파는 잊지 않았다. 그를 위해 정당이 급조되고 대통령의 입과 칼, 여사님 친구까지 그 정당에 모였다. 다시 조국, 다시 10월 3일 광화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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