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 눈치 보다 한국이 세계 호구됐다

기자 2020. 3.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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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글로벌 위기 초래한 코로나19

各自圖生 세계서 해법도 난망

中에 휘둘려 원칙 잃은 文정부

세계 각국에 문 열어 감염 폭증

국민 생명·국익 보호 우선 못해

위기 넘는 ‘코로나 징비록’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각국이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벽을 높이면서 인간과 물자의 자유로운 흐름에 기반한 글로벌 질서가 흔들리는 조짐마저 보인다. 우한(武漢)발 코로나19는 제2차대전 이후 최악의 전지구적 보건 위기다. 이 사태가 곧 끝날지 아니면 1980년대 말 냉전 해체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역사의 분기점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과거 위기 땐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진화했지만, 이번엔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어 혼란의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각국이 각자도생 상태에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서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째, 국가가 최우선으로 견지해야 할 국민 생명보호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다. 문 정부는 지난 2월 4일 우한 및 후베이(湖北) 출신자에 대해서만 입국 금지를 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중국대사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반대론을 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인적·물적 차단 불필요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내세워 거들었다. 문 정부의 대응 실패는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과 경제적 관계가 밀접한 이른바 중화권 국가임도 불구하고 중국인 차단 조치를 했고 그 결과 확진자는 200∼500명 수준이다.

둘째, 전문가 제언을 무시한 채 정치 논리를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통화 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외교적 레토릭으로 보였던 이 발언은 코로나 대응 대중(對中) 원칙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9일 국회에서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실효적이지 않다”고 했다. 확진자가 2000명 수준이었는데도 이미 늦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확진자가 7755명을 기록한 지난 11일 질병관리본부 방문에선 “전면 입국 금지는 극단적 선택”이라면서 “이를 택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있다”고 자찬했다. 중국 등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차단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국민이 겪는 인적·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다.

셋째,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에 순응하는 속수무책 외교로 일관했다. 정부 차원의 상호주의적 조치는 없었다. 확진자가 800명 수준이던 지난 2월 24일 한국인 입국 금지국은 이스라엘 등 6개국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이 대한항공기를 회항시켜 한국인을 강제로 돌려보냈는데 외교부는 전화 항의만 했을 뿐이다. 베트남은 아시아나기 착륙을 거부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총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데도 베트남은 국민 안전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후 세계 179개국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라도 강력히 항의했다면 다른 나라들도 한국을 만만하게 보지 않았을 텐데 한번 둑이 무너지니 한국은 아무렇게 대해도 되는 ‘세계의 호구’로 전락했다.

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무원칙하게 대응하며 국격은 추락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에 대해 “중국이 상호주의로 나올 수 있다”며 반대했는데 중국 지방정부들이 ‘외교보다 방역’이라며 한국인을 격리하자 입을 닫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일본의 중국인 입국 차단 조치에 대해 “자국민 보호를 위해 과학적·전문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이해한다”고 했다. 그의 논리로 보자면 문 정부는 과학적 조치도, 국민 보호도 팽개친 채 중국 및 세계 각국에 문을 열고 있는 셈이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시 주석 방한은 우리가 어떻게 코로나19를 이겨내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문 정부가 중국에 굽실거린 이유가 시 주석 방한용일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문 정부가 시 주석 방한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코로나 대응을 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결과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처럼 한국을 하대(下待)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이런 상황을 지속한다면 코로나19 이후 세계에서 한국은 외교 결정능력이 없는 중국 위성국으로 치부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1876년 강화도조약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코로나 징비록’을 쓰는 자세로 새 원칙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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