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대신 쓰레기봉지 끼고 진료"..스페인·이탈리아 의료진 1만여명 확진

정원식 기자 2020. 3. 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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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프랑스 포함 30명 이상 사망
ㆍ스페인 확진자 중 14% 해당
ㆍ보호장비 공급 여력 부족에
ㆍ환자들 감염 위험 등 악순환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유럽의 의료체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 감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피해가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감염된 의료진은 두 나라를 합쳐 1만명이 넘는다.

또 2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스페인 보건부는 이날 기준 스페인 확진자 4만여명 중 14%에 해당하는 5400여명이 의료진이라고 밝혔다. 마드리드의 라파스 병원에서는 전체 의료진의 6%인 426명이 자가격리 중이다. 카탈루냐의 한 병원에서는 의료진 1000명 중 3분의 1이 자가격리 중이다.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4824명의 의료진이 감염됐다. 사망한 의료진은 25명에 달한다. 피해가 가장 큰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에서는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5800여명 가운데 24%인 1400여명이 감염됐다.

롬바르디아주 몬차에서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34세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간호사는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병원 체계에선 490명이 감염됐다. 전체 인력 10만명 중에선 아직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의료진의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마스크와 장갑 등 기본적인 보호장비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감염 후 자가격리 중인 한 스페인 간호사는 뉴욕타임스에 “며칠 동안 마스크와 장갑 없이 일을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스페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팔 부위에 쓰레기 봉지를 쓴 채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8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이탈리아 의사 마르셀로 나탈리는 감염 전 언론 인터뷰에서 “사용 가능한 장갑이 없어서 맨손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의료진의 부족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붕괴된 의료체계를 더 흔들고, 더 많은 사망자를 낳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에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혹은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25일(현지시간) 현재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3만명에 이른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에서 일일 확진자가 200~7000명 가까이 늘었다. 유럽 전체 사망자는 1만3000명에 육박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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