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박보균 대기자의 퍼스펙티브] '문재인의 위기관리'..리더십 언어 난조, 전문가 경시

박보균 입력 2020.03.26. 00:39 수정 2020.03.2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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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말, 코로나19 징크스에
대만 전문가 우대, 정은경 고군분투
결정적 도움은 한·미 동맹에서
문 정권 리더십의 대개조 절실해져


코로나19와 지도력의 명암

퍼스펙티브 3/26

코로나19는 감별사다. 바이러스는 지도력을 시험한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출발은 원칙 고수다. 어려울수록 기본이다. 그 순간 원칙은 마력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그것에 충실했다. 그는 ‘원칙 불변, 초심 불변’을 외쳤다. 핵심은 공중보건·국민안전이다. 거기서 외교적 고려는 배제다. ‘중국 눈치 보기’는 퇴출이다, 정략적 접근은 금물이다. 원칙의 언어는 선제적 결단을 생산한다. 초기에 중국발 입국 봉쇄가 단행됐다. 그의 말은 역병(疫病) 대응 의지를 민심에 주입했다. 대만은 방역 모범이다.

리셴룽 “바이러스와 싸움에 심리가 결정적”

신종 코로나는 침묵의 살인자다. 두려움의 전파 속도는 바이러스보다 빠르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의 말은 역공세다. “두려움은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다.”(2월 8일)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결정적인(critical) 것은 심리적 요소다.”(3월 12일)

그의 어휘 선택·배치는 정밀해진다. “(우리 방역이) 국제적 칭찬을 받는 바탕엔 우리 국민의 사회적·심리적 복원력(resilience)이 있다. 싱가포르와 다른 국가들의 차이는 우리가 서로 신뢰하고···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점이다(We do not leave anyone behind).”

역병 저지의 시작은 투명한 정보 공유다. 리셴룽의 상황 설명은 솔직하고 상세하다. “(감염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할 수도 있다 ··· 경제 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것 같다.” 긴장과 경각심이 주입된다. 다음은 국민 결속, 자신감 공유다. 그의 첫 연설로 사재기(hoarding)가 진정됐다. 그의 메시지 방식은 영국 총리 처칠의 수사학(修辭學)을 떠올린다.

“리더십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첫 번째 희생자다.” 그 구절은 폴리티코(정치매체)의 실감 나는 비평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기 대처는 안이했다. 그의 머릿속은 11월 대선이다. 그는 코로나19를 “계절적 독감 종류”라고 했다. 바이러스가 미국을 덮쳤다. 뉴욕은 공포도시다. 그는 언어를 바꿨다. “끔찍한 적과 전쟁 중, 단결하면 어떤 미국인도 혼자가 아니다.” 그는 지도력 만회에 안간힘이다. 아베 일본 총리의 말들은 엉거주춤한다. 도쿄 올림픽 집착 탓이다. 연기 결정이 늦었다. 바이러스 대응의 집중도는 크게 떨어졌다.

바이러스는 괴팍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징크스에 걸렸다. “머지않아 종식, 모범 사례” 구절은 고약해졌다. 그 이후에 집단감염 사태다(대구 신천지 교회, 구로 콜센터). 그것은 성급한 낙관론의 희생양이다. 난국 돌파 언어는 절제와 짜임새다. 경솔함은 국민적 분노와 분열을 낳는다.

박능후의 말은 너절한 적개심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전시(戰時) 대통령”을 자처한다. 전쟁은 리더십 시험무대다. 제2차 세계대전 승부처는 스탈린그라드 전투다. 소련 스탈린은 전문가·지휘관을 투입했다. 독일 히틀러는 전투 세부사항까지 간섭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움츠렸다. 승패는 그것으로 갈렸다. 독일은 참패했다.

대만의 선방은 의사·과학자 우대 덕분이다. 그것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모드를 주입한다. 방역전문가 천스중(陳時中) 위생부장이 전선을 관장한다. 미국 밴더빌트대학 윌리엄 샤프너 교수의 평가는 강렬하다. “대만과 싱가포르 지도자들이 보건당국과 과학자, 의사로부터 시작 신호(cue)와 조언을 받아들인 것은 인상적이다. 매우 좋은 대처 공식(formula)이다.”

바이러스 방역은 두 단계다. 문 걸어 잠그기의 차단(바이러스 유입), 그다음 관리(진단·치료·지역사회 감염 최소화)다. 한국의 첫 단계 초기방역은 실패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의 분석은 명쾌하다. “정치적 고려와 관료적 타성이 의료전문가의 판단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중국발 전면 입국 제한을 건의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앞장섰다. 문 정권은 이를 외면했다. 전문가 경시, 친중 편향, 이념 코드가 발동된 탓이다.

문 정부의 386 실세들은 조선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 서열을 고수한다. 그들은 ‘사대부’의 위세에 탐닉한다. 한국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은 집요하다. 그들은 과학기술 세계의 고뇌와 성취를 얕본다. 그런 의식이 바이러스 방어 전선에 전이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사 출신)의 흰머리가 늘어난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양새다.”(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교수) 질본의 주요 포스트는 비전문가·관료들 차지다. 그들의 전문 역량은 떨어진다. 정은경의 브리핑 고군분투는 그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장관은 정통 의학계를 폄하한다. 그의 말은 너절한 적개심이다.

“문 정부가 민간의 방역 성과 가로챈다”

문 정권의 반전(反轉) 시도는 교묘하다. 그것은 편승과 책임 전가, 성과 낚아채기다. 한국의 진단·치료 역량은 탁월하다. 주역은 민간이다. 의료진과 시스템·장비 수준은 세계 최고다. 진단 키트는 바이오 혁신기업의 작품이다. 드라이브 스루도 의료진 아이디어다.

‘문 정권 사람들’은 그 성취를 각색·포장한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그 행태를 규탄한다. “문 정부는 민간의 역량과 기술을 가로채 자화자찬에 바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한은 한 배(同舟) 탄 우호국가”라고 했다. 그것은 문 대통령의 ‘한·중 공동운명체’와 얽힌다. 하지만 실속은 미흡하다. 진짜 도움은 미국 쪽이다. 한·미 통화 스와프(600억 달러) 체결이다. 트럼프의 24일 의료장비 지원 요청은 전례가 드물다. 문 대통령의 적절한 대응이 따라야 한다. 괴질(怪疾)은 역설로 작동한다. 한·미 동맹 재충전의 계기다.

코로나19는 중국의 내면을 폭로했다. 시진핑의 지도력 구사는 거대한 사회 통제다. 정보 조작과 폐쇄, 감시와 비판 여론 압박, 발원지 물타기는 그 체제의 그늘이다. 그 풍광은 한국인의 자유와 개방 체질과 충돌한다. 문 정권은 친중 편향이다. 거기에 다수 국민은 격렬하게 반발한다. 그들은 ‘문재인 외교’의 재구성을 촉구한다.

IMF 위기, 이념 아닌 실사구시로 극복

코로나 창궐로 세계 경제는 아우성이다. 대공항의 그림자가 깔린다. 한국 경제도 허덕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컨트롤 타워는 빈약하다. IMF 외환위기가 떠오른다. 정덕구 NEAR 재단이사장의 회고는 교훈적이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최고 기량의 전문가를 발탁했다. 실사구시 해법이 우위에 섰다. 내부의 이념·정치적 목소리는 밀려났다. 위기 극복 발판이 마련됐다.”

위기는 기회다. 그것은 한국인의 저력이다. 전제조건은 명쾌하다. ‘문재인 리더십’의 대담한 개조다. 그동안의 국정은 이념 우선, 코드 인사, 편 가르기, 국가 주도형 경제로 진행됐다. 그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전환이 가능할까. 그게 없으면 미래는 암울하다. 코로나19의 어둠은 걷히지 않는다.

■ 처칠의 위기돌파 언어학, 마무리는 셰익스피어적 어휘

윈스턴 처칠

윈스턴 처칠의 말은 비밀병기다. 그의 언어 연출은 위기관리 수사학의 모델이다. 방식은 정교하다. 상투적인 희망은 배제한다. 정보 공유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의 퇴치다. 상황 설명은 진솔하면서 비장하다. 마무리는 셰익스피어적 어휘다. 그 순간 대중의 상상력이 장악된다. 저항의 투지가 배양된다. 승리의 확신이 생산·전파된다. 압권은 1940년 6월 의회 연설이다. 그의 영국 총리 시절. 2차대전 초기 히틀러의 서유럽 석권 때다. “문명의 생존이 달렸다. 적의 모든 위력과 분노는 우리를 향할 것이다··· 대영제국이 천년을 지속한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이 최고의 시간(finest hour)이었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처칠의 언어 구사에 경탄했다. “2차대전 어두운 시절에 처칠은 언어를 동원(mobilized)해 전선에 보냈다.”

스탈린그라드(현 러시아 볼고그라드) 전투는 최악의 혈전이다(1943년 2월 종료). 승패는 전문성과 실용성의 우열로 갈렸다. 스탈린의 리더십 언어가 교체됐다. 그는 공산주의식 이념 과잉 어휘를 버렸다. 전선은 최고 전략가(주코프)와 냉혹한 현장 지휘관(추이코프)이 맡았다.

도시는 스탈린 이름을 땄다. 히틀러는 그 상징성에 집착했다. 그것은 자기 환상과 과잉 간섭을 낳았다. 독일 사령관(파울루스)은 우유부단한 참모형. 히틀러의 패배는 예정됐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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