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돈 없다" 신흥국 덮친 '코로나 충격'..연쇄 디폴트 우려

강기준 기자 2020. 3. 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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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신흥국을 덮쳤다. 이미 취약했던 경제가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실물 경제가 붕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자본 유출 속도도 가속화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을 쓸 여력도 없어 이들이 세계 경기침체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2008년보다 빠르다" 돈빼는 외국인 투자자
24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봉쇄령을 선포하자 인도인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거리로 몰려 나왔다. /AFPBBNews=뉴스1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공포감에 신흥국에서 자본이 탈출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이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경제적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해 신흥국은 구매력지수를 반영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경제 위기는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미국이 제로금리과 무제한 양적완화 실시 등 '올인' 정책을 펴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일단은 현금화에 나서고 있어 신흥국의 자본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을 포함한 신흥국 24개국에 순유입된 투자금은 지난해 총 790억달러(약 97조1000억원)였는데, 지난 두달간 700억달러(약 86조원)가 유출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2배 이상 많은 규모이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리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 18일으로 끝나는 한주동안 신흥시장 채권펀드를 45억달러(약 5조5000억원)어치 매도하는 등 3월들어 펀드런(fund run)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중 가장 심각한 건 인도다. 인도는 이미 지난해 외국인들이 투자했던 투자금이 모두 빠져나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24일 나렌드라 모리 총리가 전국 봉쇄령까지 내려 위기감이 커진다.

인도 매체 힌두비즈니스라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들어 채권과 주식 등에서 이미 10만 크로르(약 16조원)을 회수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투자액이 이와 비슷한 규모로 5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올해 3개월도 채 안돼 1년치 투자금이 모두 증발한 것이다.
돈 풀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
코로나19 확산에 이달말까지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 모습. /AFPBBNews=뉴스1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반면 신흥국은 그럴 여력이 없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2007년 이래 신흥시장 가계 및 기업부채가 GDP의 70% 수준에서 165%로 뛰었다"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이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키는 이미 높은 물가상승률과 불안한 리라화 화폐가치로 신음했는데, 코로나19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터키의 외환보유고가 남아공의 절반에 그쳐 신흥국 중 가장 부실한 수준이며 단기 채무도 640억달러(약 79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올 1월 이후 터키의 리라화 화폐 가치는 벌써 10% 급락한 데다가 코로나19로 관광업은 궤멸 상태에 빠졌다.

부채가 GDP의 90%에 육박하자 지난해말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한 아르헨티나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아르헨티나의 부채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며, 코로나19 위기가 닥친만큼 일부 채무 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존 채무를 변제 받더라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부양책을 펼칠 여력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년간 페소 가치가 3분의 2 이상 떨어진 아르헨티나는 올해들어 6% 더 하락하는 등 위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C&T 아세소레스 이코노미코스의 마리아 카스틸리오니 코테 이사는 “아르헨티나는 더이상 어디서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완전한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관광업→원자재' 순으로 충격 번진다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생필품 사재기 인파. /AFPBBNews=뉴스1

NYT는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부터 시작해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 수출 중심 신흥국들의 타격으로 위기가 번질 것으로 예상했다.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등은 이미 상점 매출이 절반이상 감소하고, 호텔과 항공업 등 관광업 종사자들은 집단 해고와 임금 삭감 등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 봉쇄조치가 늘어나는데 따른 광물 수요 감소로 칠레, 페루,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브라질, 인도의 경제도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유가전쟁으로 콜롬비아, 알제리, 모잠비크, 이라크, 나이지리아, 멕시코 같은 국가는 석유쇼크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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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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