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살아난 '조국 내로남불' 유령
범여 비례당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했던 인사들을 앞다퉈 영입해 4·15 총선에 나섰다. 여권에선 "총선 후 '친조국당'만으로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란 말까지 나온다.
정봉주 전 의원이 만든 열린민주당의 한 후보는 조 전 장관을 수사했던 검찰을 국정 농단, 쿠데타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올해 안에 정리하겠다" "기필코 몰아내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조 전 장관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당에선 조 전 장관 수사를 벌였던 윤석열 검찰총장,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14명의 현직 검사 이름이 담긴 '살생부'까지 등장했다. 열린민주당은 사실상 '검찰 무력화'가 핵심인 총선 공약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비례 후보들은 밤을 새가며 이 공약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이끌고 있는 인사 상당수도 조 전 장관을 지지했던 서초동 집회에 참석했다. 시민당의 최배근 대표는 과거 "공수처법은 조국법"이라며 "공수처법안 조문 하나하나까지 조국 교수가 관여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우희종 대표는 총선 후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해 원내교섭단체(의석 20석 이상)를 꾸리고 초대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민주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확보해 또다시 국회를 자기들 입맛대로 주무르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자기들이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막겠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례당 당선자 대부분이 총선 후 민주당으로 들어오길 원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일 때면 "조국 소환이 우리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친문 강성 지지자들과 겹치는 이른바 '조빠'들 공격이 무서워 공개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조 전 장관 지지 발언들이 전체 선거에 분명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욕은 또 못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중도 지지층 이탈 등을 감안해 '조국'이란 단어를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지만, 실제로는 조 전 장관 수호를 외쳤던 김남국, 김용민 변호사를 영입해 수도권에 전략공천했다.
이해찬 대표는 작년 10월 '조국 사태'에 뒤늦게 사과하며 "국민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었다. 선거에 이기면 이 대표가 말한 불공정은 공정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국민들이 고통받으며 정신없는 와중에 죽은 줄 알았던 '조국의 내로남불'이 좀비처럼 일어나 여당과 여당의 위성정당들을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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