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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무슨 수로 사흘 내 검사하나" 유럽발 입국 쇄도, 보건소 한숨

이가영 입력 2020.03.26. 05:02 수정 2020.03.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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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유럽발 입국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지자체 보건소에 맡기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25일 지자체와 현장 보건소 등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지침이 불분명한 데다가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 자가격리자 관리와 검사 등 방역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불만도 나왔다.

앞서 24일 정부는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유럽 지역 입국자가 급증하자 감염 대응 체계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유럽발 입국자 전원을 별도 수용시설에 격리한 뒤 전수 진단검사를 하기로 한 지 이틀 만에 이를 뒤집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부터 유럽에서 입국하는 내국인 중 무증상자는 일단 자가격리를 하고, 3일 안에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게 된다. 유증상자는 기존 절차대로 검역소 내 임시격리시설에서 격리 상태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이 나오면 중증도에 따라 병원이나 치료시설로 이송한다.

일선 보건소 관계자들은 “실무 입장에서 답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부 방침이 변경된 지 만 하루가 지난 25일까지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담당자는 “어제저녁 늦게 공문 하나가 발송된 상태로 (별도의) 개별적 지침이 온 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자가격리자 관리 시스템을 고려하면 보건소의 업무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고 보건소 근무자들은 밝혔다. 일단 명단의 정확성을 걱정했다. 검역소에서 통보한 대상자 명단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보건소가 직접 연락해 인적사항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명단이 넘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서울 시내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22일에 유럽에서 입국한 사람 명단이 사흘 뒤인 25일에 넘어오고 있는데, 정부는 사흘 내에 보건소에서 검사받으라고 한다. 기한 내 검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명단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 대상자가 보건소로 찾아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건소에서는 “유럽발 입국자”라는 말만 믿고 검사할 수 없고, 공항에서 “3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받으라”는 안내를 받은 시민은 황당한 상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특히 입국자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당분간 혼선이 생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다른 서울지역 보건소 관계자 역시 “오늘 1000명가량 입국한다는 것만 기사 통해 알았다. 이중 어느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지 알 수 없으니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검사비용을 놓고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에 이른 현재까지 검사와 치료, 격리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만 머물렀던 이들은 체온 37.5도가 넘지 않으면 검사받기도 쉽지 않고, 비용 역시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22~24일간 유럽발 입국자는 내국인 3884명, 외국인 489명에 달한다. 미국발 입국자의 경우 2배가량 많아 내국인 6042명, 외국인 1177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외국인 입국자들의 코로나 검사, 치료비용 정부지원을 반대한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글은 25일 오후 6시 기준 5800건을 넘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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