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주? 피난처 아닙니다".. 최근 확진자 모두 외부서 유입 [뉴스+]

임성준 2020. 3. 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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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전파 우려 불안감 확산
지난 2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탑승장에서 관계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이용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청정 제주? 피난처 아닙니다. 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서 비껴나 있던 제주도에서 줄줄이 확진자가 나오고 ‘미국발 유증상자’가 가족과 제주 여행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방역 당국과 지역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는 지난 4일 네 번째 확진자 이후 20일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청정지역’으로 불렸다.  

앞서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4명의 확진자는 모두 완치돼 지난 7일부터 23일까지 차례로 퇴원, 확진 입원 환자 ‘제로’를 기록했다.

최근 스페인에서 귀국해 24일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 A씨가 이날 오후 제주대병원 음압병동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하루 만인 24일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연이어 발생했다. 미국 국적자 30대 남성 A씨는 이날 오후 7시 55분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고, 확진 판정을 먼저 받은 20대 여성 B(경기도)씨와 함께 스페인에서 머물다 최근 귀국해 제주에 왔다. 

26일엔 제주 출신 유럽 유학생 C씨(26·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제주대 병원 음압병실로 긴급 이송됐다. C씨는 입국 당시 유럽 방문 이력 무증상자로 분류돼 능동감시 대상으로 통보받아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25일 오전 10시쯤 택시를 타고 제주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의뢰한 결과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제주 코로나19 확진자는 7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돌아온 유학생이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에 앞서 가족과 4박 5일간 제주 여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사회 전파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다. 미국 유학생 D(19·여)씨가 지난 20일 어머니 등 일행 3명과 함께 제주에 와 24일까지 4박 5일간 제주 관광을 했다는 사실을 서울시 강남구보건소로부터 통보받았다. D씨는 강남구보건소 관계자에게 “제주에 온 지난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D씨는 현재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씨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카드 이용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D씨와 일행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 렌터카를 이용해 애월읍에 있는 디저트 카페와 제주시 일도2동 국숫집,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한 카페, 우도 등 20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화리조트와 해비치호텔 리조트에서 2박씩 머물렀다.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는 모두 38명이며 모두 자가 격리 조처됐다. 방문지에 대해서도 모두 방역소독 조처됐다. 미국 유학생인 D씨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출발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내 한 커피전문점이 입구에 ‘관광객 출입금지’ 안내판을 설치했다. SNS 캡처
◆지역사회 전파 우려에 지역민 ‘불안감’ 확산…일부 업소 “관광객 출입 금지”

지난 23일까지 20일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데다 17개 시·도 가운데 확진자 수가 4명으로 가장 적고, 확진자 모두 완치·퇴원했다는 소식에 제주도는 그나마 코로나19 ‘청정 지역’이란 분위기가 완연했다. 하지만, 마지막 입원 환자가 퇴원한 지 하루 만에 2명, 이튿날 1명 등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미국서 귀국한 유학생이 25일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제주에서 4박5일간 여행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돼 지역사회가 긴장을 넘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는 중국 우한 출신 관광객이 제주에 다녀간 뒤 본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1일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자 없이도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유의 무사증 입국제도 중단 조치로 중국발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냈다. 이어 대구발 집단감염 확산세에 제주 또한 비켜나지 못했다.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확진자와 접촉한 자가 격리자들도 이번 주 내로 차례로 격리 해제되는 등 지역 사회 전파도 없었다. 앞서 확진자 4명의 공통점이 모두 대구를 방문했거나 대구에서 제주로 온 여행객이다. 다행히, 지역민 접촉자가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지역사회 감염 사례는 나타나지는 않았다.

지난 25일 오후 제주 여행 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D씨(19·여)가 묵은 제주시 한 리조트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5번째, 6번째 확진자 역시 스페인에서 40일 동안 체류한 뒤 귀국 이튿날 제주에 들어온 뒤 발열 증상이 발현된 것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동안 잠잠하다가 하루에 해외 체류 이력을 지닌 입도객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미국 유학생이 귀국 후 제주 여행을 다녀간 뒤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민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관광업계가 최악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오는 관광객을 막을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여파에도 하루 평균 관광객 1만4000∼1만60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0%에 그치고 있지만,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왕복 2편을 운항하고 있는 대구~제주 노선 항공편 승객도 350여 명이다.

이처럼 관광객이 꾸준히 방문하는 가운데 최근에 해외 유입 내국인의 확진자가 늘면서 방역당국과 지역민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만에 연이어 제주에서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제주를 여행한 관광객이 확진 판정을 받자, SNS를 통해 중국인에 이어 내국인 관광객도 막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은 입구에 ‘관광객 출입 금지’를 써 붙이기도 했다. 업주는 “비난받을 각오 하고 써 붙였다”며 “도민들이 아무리 코로나 예방행동수칙을 지키면 뭐 하나. 외부에서 유입되면 방법이 없지 않으냐. 전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26일 오전 제주 여행 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D씨(19·여)가 묵은 제주시 한 리조트에 일시 폐쇄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뉴스1
호텔 휴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4∼5월이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확진자 발생) 분위기로는 아무래도 계속해서 호텔 문을 열기가 힘들 것 같다”며 “당장 손님을 받지 않더라도, 지금 막지 못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여 4월 한 달 동안 휴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해외 유입 확진자 증가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입국한 뒤 증상이 발현되는 ‘무증상’ 코로나19 확진자의 유입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5번째와 6번째 확진자는 입국 당시 무증상인데다 정부 특별입국 절차 시행 직전 국내 입국해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는 정부와 제주도가 국외 체류객 특별 관리에 돌입하기 하루 전인 18일 도내 5번째와 6번째 확진자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당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19일 0시부터 국내 모든 입국자 대상으로 특별입국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22일부터는 유럽발 모든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검사 결과 음성인 경우에도 14일간 능동 감시 등을 통해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7번째 확진자는 입국 당시 유럽 방문 이력 무증상자로 분류돼 능동감시 대상으로 통보받아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이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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