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가담자 신상공개 못할 수도..왜? [팩트체크]
[경향신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가담자 전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담자들에게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소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죄·소지죄로 벌금형을 받은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42조(신상정보 등록대상자)를 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청소년성보호법 49조(등록정보의 공개)에 따라 법원은 유죄 판결을 선고하며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내린다. 유죄가 확정된 성범죄자는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에 얼굴, 이름, 나이, 거주지 등 신상정보가 상세히 공개된다.
문제는 성폭력처벌법 42조의 단서 조항이다. “다만 청소년성보호법 11조 3항 및 5항의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청소년성보호법 11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판매·배포·소지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3항은 배포죄, 5항은 소지죄다. 즉 이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죄·소지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비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청소년성보호법 11조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4명 중 1명 꼴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이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가 내려진 549건 중 벌금형이 132건(24.0%)이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168건(30.6%), 실형은 154건(28.0%)이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이 아닌 단순 유포·소지한 사람은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인 신진희 변호사는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된다”며 “가해자들 대부분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해 청소년성보호법이 아닌 일반 형법이 적용돼 기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대상자를 확대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신 변호사는 “빨리 법을 개정해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한 자 모두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다른 가해자들도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며 “(신상정보가) 공개되어야 예방적 효과가 크다”고 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국민적 공분과 법감정을 생각할 때 공개해야 마땅하다”면서도 “가담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현행법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n번방에서 시청만 한 경우 이를 성폭력범죄로까지 포섭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며 “앞으로 이런 사건들을 고려하여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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